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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문재인 엄호사격…각 진영 '페이스메이커' 누구?


입력 2017.01.05 00:03 수정 2017.01.04 23:03        전형민 기자

문재인-안희정, 안철수-천정배, 이재명-박원순 등

경선 흥행을 위해 누가 '불쏘시개' 될 것인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0년 3당 합당한 민자당에 동참하신 후, 24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면서 "물론 큰 역할도 하셨지만 그늘도 짙었다"며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을 비난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만난 안 지사와 손 상임고문.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전 대표님께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주십시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안 지사의 글은 당장 야권 내부의 정치지형에 심상찮은 파장을 일으켰다. '친문'대 '비문'으로 틈새를 보이는 야권이 본격적으로 갈라지는 분위기다.

안 지사는 이날 올린 글에서 "1990년 3당 합당한 민자당에 동참하신 후, 24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면서 "물론 큰 역할도 하셨지만 그늘도 짙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 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의 대변인 격인 이찬열 무소속 의원은 "친문의 홍위병이자 패거리 정치의 행동대장이 되어 다른 정치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요 새로운 정치를 추구해야할 차세대 정치인의 길이냐"며 안 지사의 '손학규 은퇴' 주장을 비난했다.

손 상임고문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국민의당도 벌집을 쑤신 듯 달려들었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5일 안 지사를 '문 전 대표의 대변인', '문 전 대표의 한명회'라며 몰아붙였다. 문병호 전 의원도 성명을 내고 "안 지사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하라"며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가 같은당 유력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를 사실상 지원하게 된 것을 두고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대선 페이스메이커(Pacemaker)역을 자청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지사는 지난해 말엔 '촛불민심'을 통해 지지도 2위로 뛰어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이런 시각을 우려했는지 재차 페이스북을 통해 "차차기라는 프레임을 거두어 달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로 뛰고 있지요?'라는 물음이 있다"며 "이번 19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면서 다른 대선주자들의 '페이스메이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성남시장 초청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 토론회에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 전 대표에 이어 야권 지지율 2위, 전체 지지율 3위로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초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권주자가 됐다. 페이스메이커에서 본(本)주자로 변모한 이 시장의 페이스메이커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심 받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최근 만남에서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2017 국민 상생 대한민국 자치단체장 초청 타운홀 미팅'에서 박 시장은 "이 시장은 (대통령 하기 전에) 내가 (이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한 번 밀고, 나는 대통령을 한 다음에 성남시장을 한 번 하고..."라며 "이번엔 나를 확실히 밀어달라"고 했다. 그는 이어 "언젠간 우리가 하나가 될 것"이라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정치권은 박 시장의 발언에 '비문(非문재인)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박 시장이나 나나 인권운동 하고 시민운동을 했는데 시장경력은 제가 1년 더 빠르다"며 응수했다.

한 때 문재인 전 대표와 야권 후보 맞수로 손꼽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지지도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폭발력 있는' 야권 대권후보로 분류된다. 일부에서는 안 전 대표의 당내 경선 맞상대로 나선 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지난달 26일 대권 도전의 뜻을 밝히고 '호남유일 대권후보'를 자처하는 천 전 공동대표는 5일 "야권 내 호헌세력은 대권에 눈이 먼 패권세력"이라며 '친문세력'을 작심비판하며 존재감 과시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안 전 대표에 비해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내 마땅한 경쟁상대가 없어서 당내 흥행조차 저조한 안 전 대표를 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천 전 대표의 대권출마에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대선 후보로 우뚝 세우고 손학규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을 모셔 대선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메이커를 정치권에서 부르는 다른 말은 '경선 흥행의 불쏘시개'다. 정치 전문가들은 "각 주자들은 '불쏘시개'가 되지 않기 위해 자극적인 언행보다는 정책과 구체적인 정책제시로 스스로를 홍보하고 증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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