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18세' 논란…"대입 앞둔 교실, 선거판 만들고 싶나"
보수신당, 찬성 하룻만에 급제동…새누리 '난감&당혹'
"선거연령 낮춘다고 민주주의 성숙되는 건 아냐"
정치권에 '선거연령 하향조정' 논의가 시작됐다. 논의의 저변엔 "젊은층은 진보성향이기 때문에 야권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당리당략이 작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보수진영 '불리한 지형' 자처하나…새누리당 '난감-당혹'
야권 발로 시작된 논의가 4일 개혁보수신당의 찬성으로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하룻만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5일 창당준비회의에서 "이견이 있는 분들도 있고, 어제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있다"며 "토론을 거쳐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신당 내에서는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롯해 개혁성향 의원들이 '혁신 아젠다'로 '선거연령 하향조정'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3당도 적극적이다.
보수정치세력 입장에선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보수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스스로 불리한 지형을 만든 것으로 해석됐다.
당장 선거연령을 낮출 경우, 올해 대선에서 새로 투표권을 얻는 만 18세 유권자는 62만894명이다.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숫자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표차는 108만표, 2002년 대선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격차는 약 57만표에 불과했다.
"교실을 선거판으로 만들 셈인가"vs"결혼은 되는데 투표 못하는 19세"
무엇보다 '게임의 룰'인 선거법 조정은 반드시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한다. 보수신당이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채택해 야4당이 모두 찬성하면 단독 법안처리 요건(200석)을 충족하지만,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새누리당의 동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보수신당의 돌발행동에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당내에서도 "신당이 너무 급하게 간다", "간단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는 등의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고교생도 포함되는데, 대입을 앞두고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교실을 선거판으로 만들자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선거연령을 낮춘다고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얄팍한 표계산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면 더욱 받아들일 수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야권 3당은 이미 '18세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인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 등을 논거로 들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론은 아직까지 '글쎄'…찬성 46%vs반대 48%
여론은 아직까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다만 이념성향과 지지정당에 따라 찬반이 크게 엇갈렸다.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6.0%, '반대한다'는 응답이 48.1%로 각각 조사됐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는 찬성이 18.2%에 불과했고, 반대가 80.7%였다. 반대로 진보층에서는 찬성이 67.8%, 반대가 31.0%로 나타났다. 중도층은 찬성 55.0%, 반대 43.5%였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찬성률은 14.2%에 불과했으나 민주당 지지층에선 73.5%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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