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usical]돈키호테 조승우, 노래 한 소절로 '썩은 세상' 일갈
트로피 놓쳤지만 강렬한 시국 비판 눈길
동료 배우·관객들 뜨거운 박수·환호
'돈키호테'로 돌변한 조승우(37)가 노래 한 소절로 현 시국에 통쾌한 핵펀치를 날렸다.
이처럼 품격을 지키면서 유머와 독설이 동시에 담긴 '시국 비판'이라니, '뮤지컬 황제'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는 한국뮤지컬협회가 한국의 토니상을 꿈꾸며 개최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열렸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건명은 주요 부문 시상을 앞두고 양준모, 조승우, 김선영 등 시상식에 참석한 남녀 주연상 후보들과 인터뷰를 갖는 시간을 마련했다. 배우들은 저마다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안겼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조승우가 만들어냈다.
마이크가 주어지자 조승우는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맨오브라만차'라는 작품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이날 '스위니토드'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조승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언급이었지다.
하지만 굳이 이 작품을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의도는 딱히 없다"는 조승우는 '맨오브라만차' 넘버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을 무반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첫 소절이 나온 순간 이미 객석에선 감탄사가 쏟아졌다.
"들어라 썩을 대로 썩은 세상아, 죄악으로 가득하구나 들어라 비겁하고 악한 자들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이보다 더 현 시국과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조승우의 노래가 끝나자 동료 배우들과 관객들은 "역시 조승우"라며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공감을 표했다.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유난히 그리워지게 한 장면이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틀어 최고의 작품에게 수여하는 대상의 영광은 '스위니토드'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이발사였던 벤자민 바커의 복수극을 그린다. 특히 조승우, 옥주현, 양준모, 전미도 등 국내 최고이 배우들이 총출동해 뮤지컬 개막 전부터 뮤지컬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남녀 주연상에는 정성화(킹키부츠)와 전미도(스위니토드), 남녀 조연상에는 박은태(도리안 그레이)와 신영숙(레베카)가 각각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은 최근 몇 년간 차례대로 사라진 '뮤지컬 시상식'의 부활이라는 측면, 그리고 어느덧 50돌을 맞이한 한국 뮤지컬이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었다.
특히 한국뮤지컬협회가 주도한 시상식인 만큼, 인기상 등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작품성 위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뮤지컬인'의 축제가 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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