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후반기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로저스는 마치 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듯한 위력을 현실에서 내뿜으며 단숨에 에이스로 등극했다.
로저스는 2015시즌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완봉승은 무려 세 차례(완투 4차례). 적응기도 없이 KBO리그를 휩쓰는 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다. 한화는 로저스 존재 덕에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
외국인 투수 역대 최고액(190만 달러)으로 재계약에 성공하고 이듬해 로저스가 한화에 남긴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팔꿈치에 문제를 드러내며 개막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에이스를 잃은 한화는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로저스는 복귀 후 몇 경기에서 괜찮은 피칭을 보여줬지만 지난해만큼의 구위는 아니었다.
설상가상 또 부상이 악화되며 수술대에 올라 팀을 떠나게 됐다. 자유분방한 ‘기분파’ 기질 때문에 구단은 로저스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6시즌 성적은 6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4.30에 그쳤다.
마운드 구상이 어그러진 한화는 결국 지난해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몇 경기 뛰지도 못하고 연봉만 모두 챙겨간 로저스는 한화 팬들 사이에서 반년 만에 ‘먹튀’로 전락했다.
로저스는 최근 국내 복귀설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최근에는 벌써 캐치볼까지 가능할 만큼 몸 상태가 올라왔다. 로저스는 개인 SNS에 자신의 훈련 영상을 업로드 하는 등 활발한 자기 홍보로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
한화가 외국인 투수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고 있는 이유가 로저스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 연합뉴스
가장 유력한 팀은 역시 친정팀 한화다.
한화는 최근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의 알렉시 오간도를 영입, 재계약에 성공한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외국인 엔트리 2장을 채웠다. 오간도는 다음 시즌 한화의 1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3시즌 불펜으로 활약,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할만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 걱정이다.
로저스는 건강하기만 하다면 구위나 이닝소화 능력은 확실하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 팔꿈치보다 사실 더 걱정거리다.
부상 경력이 있는 투수가 굳이 팔에 무리가 가는 연습배팅을 하거나 야수들에게 외야 펑고를 때려주는가 하면, 인센티브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이닝 소화에 욕심을 부리는 등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중하지 못하고 감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로저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한화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외국인 투수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고 있는 이유가 로저스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화는 일단 로저스와 꾸준히 연락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게 합류하더라도 KBO리그나 팀 적응문제는 검증이 끝난 만큼, 4월 개막 시점까지 로저스의 몸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한 뒤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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