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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3단계 시나리오 살펴보니


입력 2017.01.29 05:49 수정 2017.01.29 16:34        이슬기 기자

3년마다 3단계 걸쳐 소득중심...고소득 피부양자&저소득 지역가입자 고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 주관으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이르면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한다. 핵심은 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안팎에선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공론화된 바 있다. 이는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각 계층의 소득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 △피부양자로 나뉜 부과체계를 3년마다 총 3단계에 걸쳐 오는 2024년까지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연령이나 성별, 피보험자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이 많을수록 고액을 부과하도록 고려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현행 부과 체계 '제2의 세 모녀' 양산 우려

건보료는 기본적으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해 부과된다. 정책 시행 초기였던 80년대 후반, 직장가입자에게는 근로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적용하되 사업자와 50%씩 부담했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상대적으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보유한 재산·자동차 등의 액수별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산출했다.

2000년에 들어서는 연간 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를 분류해 △500만원 초과 세대는 종합과세소득·재산·자동차에 보험료를 매기고 △500만원 이하 세대는 성별·연령·재산·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을 파악해 '평가소득'을 산출한 뒤, 여기에 점수별로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문제는 연소득 500만원이 안 되는 저소득층의 ‘평가소득’이다. 실제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실제 소득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사망 직전까지 거주하던 반지하 주택의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50만원이 평가소득으로 계산돼 약 3만6000원의 건보료가 부과됐고, 추가로 월세방에 대한 재산 보험료 1만2000원까지 합쳐져 매달 4만8000원을 내야했다.

반면 주택과 자동차, 일정 수준의 연금과 금융소득이 있지만 은퇴를 한 고소득자의 경우,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단 한 푼의 보험료도 내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41%인 2049만 명이 피부양자로 되어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 주관으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평가소득 폐지, 고소득 피부양자 지역가입자로 강제전환

복지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을 폐지해 4000만원 이하 주택·자동차 등에 대한 재산보험료를 면제하고 △합산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고소득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강제 전환하며 △보수 외 소득에 부과하는 기준을 강화하고, 직장인의 본인부담 보험료 상한선(월 289만원)도 임금상승 등을 반영해 올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렇게 하면 2024년까지 현 피부양자의 4%인 47만 세대가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뀐다.

구체적으로 1단계 개편은 2018년, 2단계 2021년, 3단계 2024년까지 진행되는데 △1∼2단계에서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가 1만3100원 △3단계에서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세대가 1만7120원만 내도록 바뀐다. 특히 최저보험료가 적용 되면, 이후에 보험료가 오르더라도 6년간 인상분을 내지 않는다. 아울러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성·연령에 대해 적용됐던 평가소득 기준은 폐지되고, 재산과 자동차에 따라 매기던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18년 기준으로 1단계 개편안이 적용되면, 급여 외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이 6850만원인 직장인 B씨는 기존 보험료 9만원보다 17만7000원이 늘어난 26만7000원이 부과된다. 특히 ‘송파 세 모녀’는 보증금이 4000만원을 넘지 않고 평가소득도 폐지되기 때문에 최저보험료 1만3100원만 내면 된다.

반대로 연 1941만원의 연금 소득과 시가 11억 원의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은퇴 후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A씨 경우, 지금까지는 보험료를 내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한다. 또 재산과표 5억 4000만원과 연 소득 1000만원 기준을 초과해 소득보험료와 재산보험료를 합해 총 20만 20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한다.

국회 문턱 통과 1차 과제...시민사회 “제도 3번 바꾸는 게 더 비현실적”

이처럼 정부안 추진 계획을 내놨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안과 차이가 커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야3당은 직장·지역 가입자의 구분을 없애고,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소득일원화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연간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과 퇴직금, 양도소득 등이 전부 포함된다.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없어진다. 3단계에 걸쳐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60% 수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정부 안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아울러 시민단체 측은 정부 안의 개편 속도를 문제 삼고 있다. 각계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실제 제도를 3번이나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3단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재산과 자동차 보험료를 한 번에 없앨 경우, 연간 4조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소득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되 우선 평가소득을 없애고, 단계적으로 진행해도 1단계 기준 9000억원 손실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20조원 수준의 건강보험 적립금 일부를 투입한 뒤, 소득파악률을 높여 보험료를 더 걷는 방식으로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한편 복지부는 각계 여론을 수렴한 뒤 오는 5월경 정부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조만간 보험료 변동 관련 전용 홈페이지도 개설해 법안 알리기에 나선다. 법안이 만약 올해 상반기에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 약 1년 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18년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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