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 합종연횡 방향은?… '개헌'이 열쇠
반기문, 개헌 고리로 ‘반문재인 결사체’ 구성 제안
김종인·박지원 “문 제외 개헌”…손학규도 연대 가능성
개헌을 고리로 한 대권 합종연횡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조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확연해지면서 그동안 양강 구도를 구축해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반(反) 문재인’ 정치결사체가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문 결사체 결성 가능성은 25일 반 전 총장의 관훈토론회 발언에서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선거구제 변경, 분권과 협치의 개헌을 통해 정치를 교체하겠다”며 “대통령도 인간이라 혼자 내치와 외치를 모두 하는 것은 능력에 한계가 있다.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국무총리가 전권을 가지면 ‘협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며 “정치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며 여러 가지 제안을 받고 있고, 선택의 폭이 좁은데 검토하고 고뇌하고 있다. 당이 문제라기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국격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정치적 결사체를 같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이 반문 결사체 결성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야권에서 개헌에 미온적인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 추진하자는 인사들과 힘을 합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과 국민의당이 그 세력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25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의 조찬회동 자리에서 “탄핵 (안의 헌법재판소 인용) 전이라도 개헌이 합의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듯 “특정 대선 주자 측에서 개헌에 대해 미온적이기 때문에 그 세력을 제외하더라도 개헌이 가능하니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저도 반드시 87년 체제를 종식시키고 촛불민심을 받들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3지대의 한 축으로 불리는 손학규 국민주권회의 의장이 26일 반 전 총장을 만나면서 그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 주자는 대선 전 개헌을 통한 '공동정부' 혹은 '연정'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손 의장은 25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야권의 많은 분이 (반 전 총장에 대해) 실망을 표하고 문을 닫았다고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라며 “반 전 총장 역시 보수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보수 세력만으로는 집권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인내력을 갖고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개헌을 대선 전에 하느냐, 대선 후에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대선 전에 하기로 한다면 이르면 4월 선거로 점쳐져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이들의 연대는 힘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선 후에 개헌을 추진하는 연대가 조금 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대선 후에 개헌을 추진한다면 거기에 동의한 사람들이 공개천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JP 연대처럼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결국 이들의 연대 가능성은 개헌에 대한 의지뿐만이 아니라 현 시국에 대한 절박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반문 결사체 구성을 제안한 반 전 총장의 속내에 대해서는 “처음 혼자만의 힘으로 대권 행보를 하려는 생각이었지만, 정치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에 부딪혔다”며 “무언가를 해서 지지율을 다시 올려놔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반문 결사체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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