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희정 바라보는 호남 "그게 누구여?" vs "그나마 질~로 낫다"
야권 심장 표심, 문재인 '대세' 안철수 '의지' 안희정 '참신'
확장성 높지만 낮은 인지도 최대 약점 "더 지켜봐야"
"전북 도지사도 아니고 충남 도지사를 내가 어떻게 알어?"
12일 오후 광주 양동시장의 한 상인은 "안희정 지사를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헛웃음만 지어보였다.
이날 양동시장은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만난 상인들에게 "안희정을 아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시장 초입부터 "그게 누군데?"라는 대답만 연달아 돌아왔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인지도 측면에서 안 지사를 확연히 제압했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8년 간 도정에 전념한 안 지사는 대선 판에선 익숙지 않은 인물이지만, 문 전 대표는 호감 여부를 떠나 쉬이 회자됐다. 대세론에 대한 반응도 뚜렷했다.
시장통에서 젓갈을 파는 한 중년 여성은 "문재인이 대세 아니여? 여긴 다 문재인 지지해"라고 말했다. 이른바 '호남홀대론'에 대해선 "하고 싶어서 했겠어? 다 저기가 있겠지"라며 문 전 대표를 옹호했다.
시장 내 이른바 '정치 전문가'로 통하는 구모 씨(30대.남)도 안 지사가 인지도의 벽에 부딪쳐 문 전 대표를 넘지 못할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희정이 인지도는 오르고 있는데, 조직적으로 약해서 경선에서 안 될 것 같다"며 "지지기반이 없으면 우리나라에서 정치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특히 "안희정은 지금 막 나왔으니까 사람들이 잘 모른다. 보수, 진보를 절대 아우를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문재인이 호남 배신한 건 맞는데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과 안 지사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국민의당 간판급 주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눈 여겨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70대 남성 김모 씨는 "안철수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보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는데, 안희정은 사람이 좀 뭐랄까 강한 맛이 없다"며 "국민의당이 호남당이라서 그런지 광주에서는 안철수 지지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고 털어놨다.
"안철수나 문재인보다는 안희정이 낫지~"
반면 '인지도의 벽'을 넘어선 지점에는 소리 없는 안풍(安風)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전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도 각종 여론조사로 경쟁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호남홀대론'과 이어지는 '반문 정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지면서 '안희정 대세론'을 뒷받침했다.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은 최근 높아진 안 지사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 씨(34.남)는 "회사 사람들이 '문재인 뽑을 바에는 안희정 뽑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이 자주 찾는 광주 송정역시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이모 씨는 "안희정이 문재인이나 안철수보다 낫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두 사람 다 광주를 무시하고 배신자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안희정에게 큰 관심이 있다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나마 제일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호남 중년층에선 안 지사의 외연확장 전략이 적잖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안보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관련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확장성을 갖추었다는 평이다. 중도·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은 곧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으로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힌 60대 남성 박모 씨는 "최근 들어서 안희정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며 "문재인은 너무 앞서가고 지역 색깔이 확실해서 안 좋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할 때 호남을 솔찬히 등지고 살았다. 그래서 거부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안 지사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다. 박 씨는 "안희정은 충청도니까 꼭 전라도를 무시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며 "경선을 해봐야 알겠지만, 안희정 지사가 지역적인 색을 낸다든가 돌출발언을 하는 게 없어서 평범한 것 같다. 거기다 여러 지역을 감싸니까 좋더라"고 밝혔다.
양동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양모 씨(40대.남)도 안 전 지사에 대해 "호남에서 굳이 미운 털박힌 게 없어서 문재인보다는 낫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문재인은 일관성이 없다"며 "문재인은 전라도를 배신했기 때문에 또 그럴 것 같다. 두 번이나 사죄했는데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차라리 안희정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0대 여성 한모 씨도 "나는 '안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라가 있어야 대통령도 국민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안보 분야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믿을 만한 후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직 더 지켜봐야" 호남민심은 '유보 중'
다만 실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당선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호남민의 특성상 '떠오르는 신인'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신중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반감이 적고 외연 확장 가능성도 높지만, 가능성을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50대 여성 김모 씨는 "안희정은 앞으로가 중요하다. 누구나 자기가 약속하고 내세우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적다"며 "일단은 더 지켜봐야 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송정역 시장에서 만난 황모 씨(30대.여)도 "더 지켜봐야지 알 것 같다. 아직까지 크게 관심 갖는 사람은 없다"며 "아무래도 문재인은 익히 알았던 사람이라 눈에 띄지 않나싶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60대 남성 오모 씨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었는데, 문재인한테 배신감과 화를 느끼고 돌아섰다"며 "안희정도 호감이 가긴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는 거 봐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호감이 있고 좋아봐야 경선 떨어지면 끝"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민주당 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너도 나도 '호남 민심'을 말하는데, 진짜 호남 민심은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만한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이라며 확장 가능성을 보이는 후보가 호남의 지지를 받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문재인이 전국적 지지를 받으면서 호남에서도 반문 정서가 완화된 것은 맞지만, 다 해소된 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그렇게 밀어줬음에도 실패했기 때문에 호남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고 못 미더울 수밖에 없다"면서 "반면 안희정은 신중하고 확장성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일단 인지도부터 밀리기 때문에 확언할 수 없다. 호남은 '될 사람'에게 밀어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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