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세 가지 아킬레스건 극복 가능할까
선의발언·NL운동권 논란,‘정체성 모호’문제 제기
중도보수층 잡으려면 참여정부 실형 문제도 넘어서야
안희정 충남지사가 본격적인 '링' 위에 섰다. 지지율 한자리 수에 머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체재 정도로 회자됐던 안 지사지만, 이제는 지지율 20%대에 진입하며 대망론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등 여론과 언론의 검증대에 올라설 만큼 체급이 커졌다.
안 지사의 첫 번째 관문은 당내 경선이다. 대세론의 중심에 선 문 전 대표와 맞붙기 위해선 우선 1차 경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제치고 2위를 획득해야 한다. 물론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했다는 전제 하에서다. 자연히 30% 수준을 얻어야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정체성'이다. 그간 안 지사의 행보는 중도층을 잡기 위한 외연 확장에 방점이 찍혀왔다. 사드 배치 문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야권의 타 주자들보다 지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차별성을 뒀다. 그러다보니 진보진영에서는 안 지사의 ‘우클릭’이 지나치다며 야권 주자로서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선의' 발언과 관련해 안 지사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사과했지만, 이를 계기로 2월 넷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 선이 무너졌다. 선의 발언으로 야권 지지자 30만의 표가 날아갔다는 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이후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소신을 접지는 않았다"고 말해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보였다.
거꾸로 보수진영에서는 운동권 전력이 문제가 제기돼 이념적 의혹을 샀다. 안 지사가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0개월 실형을 산 전력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청년기의 청년운동이 현실 정치인 안희정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불쾌감을 표하며 "지나친 이념공격“이라 반박했지만, 관훈토론회에선 확실한 전향을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상 검증까지 이어졌다.
여론조사 상 안 지사의 핵심 지지층은 야권 내 반문(반 문재인) 정서를 가진 유권자를 비롯해 중도보수층, 60세 이상 연령층으로 나타난다. 문 전 대표나 이 시장에 비해 이념적·정치적 선명성이 옅기 때문에 유권자의 호·불호도 또렷하지 않다. 안티가 적은 만큼 열성적 팬 층도 옅다는 의미다. 안 지사의 최대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보수층 표심을 잡기 위해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한 부분도 확실히 뛰어넘어야 한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대선캠프의 핵심으로 재정을 책임졌고, 대선 직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돼 1년 간 복역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당시 아무런 공직도 맡지 않았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안 지사가 사적으로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닌 만큼 오히려 ‘노무현의 적자’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표를 고심하는 중도보수층 유권자 입장에선 대선후보로서 정치자금 문제로 실형을 산 부분을 마냥 넘어가긴 어렵다. 관훈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송곳 질문이 재차 이어졌다.
이에 안 지사는 “사적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았지만, 저의 잘못”이라며 “다만 벌은 벌대로 받고, 공직에 한 번도 안 나갔다”고 했다. 또 “2010년과 2014년 도지사 선거 때도 그 일이 쟁점이 됐지만, 210만 충남도민들께서 도지사로 만들어 주셨다. 부족한 점도 있지만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일정부분 정치적 사면복권을 받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두 번의 선거로 이미 검증받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거 초반에는 인지도가 발목을 잡았으나, SNS를 기반으로 한 지역 순회 즉문즉답과 토크콘서트, ‘숏터뷰’ 영상 등으로 적잖이 극복을 한 모습이다. 다만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충남 지사라는 인지도의 벽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당내 유일한 호남 인사인 이개호 의원의 진단이다. 또한 문 전 대표나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이 시장에 비해선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 의원은 “한번 대선에 나왔던 사람과 처음 도전 하는 사람의 인지도가 같을 수는 없다. 호남에서는 자기 지역도 아닌 충남 지사를 어떻게 아느냐는 분들도 많다”며 “다만 안 지사가 충청을 제대로 사로잡고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호남민들도 ‘이 사람도 한번 해볼 만하네’라는 생각으로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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