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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 만학의 기쁨…초·중 문해교육 졸업


입력 2017.02.24 11:01 수정 2017.02.24 11:04        이선민 기자

서울시교육청, 문해교육 이수자 733명 졸업식

행복-정화봉 작. 정화봉 학습자가 2단계 학력인정과정을 공부할 때 서울지역 ‘청춘문화제’에서 낭송한 자작시 ‘행복’의 일부.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 문해교육 이수자 733명 졸업식

올해 나이 72세의 정화봉 씨는 지난 2014년 ‘푸른어머니학교’에 입학하여 올해 초등학력을 인정받는다. 그는 어린 시절 몸이 약하고 학교가 멀어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남편으로부터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받은 괄시와 구박이 너무도 심했다.

시누이와 함께 작은 가게를 할 때도 계산이 맞지 않을 때면 돈을 빼돌린 도둑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더욱 서럽게 한 것은 누명을 들어주어야할 남편의 외면이었다. 모든 것이 배우지 못한 그의 탓으로 결론지어지는 한 맺힌 시간이었다.

정 씨는 늦게나마 학교에 다니고 있는 지금이 가슴 속의 응어리를 없애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교과서를 읽고, 일기쓰기 등의 과제는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성실히 했다. 늦깎이 공부이지만 나이나 건강을 핑계 삼지 않고 ‘배움’ 자체를 즐기고 있다.

또 지난 2016년부터는 한 달에 한번 자원봉사로 지역의 청소년 휴카페 ‘모두가’에서 반찬을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인생을 쓴 자서전도 썼다.


24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2016학년도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이수한 학력인정자 733명이 졸업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제6회 졸업식’ 개최를 알리며 “이번 졸업식에는 89세의 최고령 만학도로 배움의 열의를 보여주신 시흥5동 주민센터의 심길례 초등 졸업생(1929년생)과 한국여성생활연구원의 민복순(1929년생) 중학 졸업생이 함께한다”고 전했다.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저학력․비문해 성인들에게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지원하고, 학력취득의 기회를 제공하여 제2의 교육기회를 가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졸업식에는 마포평생학습관 졸업생·재학생 20명의 민요장구 공연과 서울용마초등학교 ‘용마 그린나래 합창단’의 학부모·지역주민 12명의 합창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푸른사람들의 졸업생 정화봉(1946년생)이 자작시를 낭송하는 등 다양한 축하가 계획돼있다.

학업 성취가 높은 우수 학습자에게 수여하는 교육감 표창장은 89세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에 적극 참여한 시흥5동 주민센터의 심길례 졸업생(1929년생)이 초등 대표로, 양원주부학교의 강현례 졸업생(1940년생)이 중학 대표로 수상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시행한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3단계 과정 2273명,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3단계 과정 80명 등 총 2353명이 졸업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44개 기관에서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초등 554명, 중학 179명 등 총 733명이 졸업장을 받게 되며, 현재 서울시내에는 2446명이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받고 있다.

졸업이수자의 연령대는 60대가 37.8%, 70대가 42.2%등 50~80대의 장·노년층이 98.9%를 차지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저학력‧비문해 성인들이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으며, 글자를 통해서 세상 속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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