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1라운드서 보여준 야구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은 리그 흥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연합뉴스
안방에서 2연패 수모를 당하며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김인식호가 지난 9일 대만과의 최종전을 끝으로 ‘2017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서울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부분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된 김인식호는 이번 WBC를 통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과거 ‘삿포로 참사’, ‘도하 참사’, ‘타이중 참사’에 이은 ‘고척 참사’라는 새로운 흑역사를 써냈다.
특히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일부 선수들의 진지함을 잃은 태도에 야구팬들은 큰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달 말부터 대장정에 돌입하는 2017시즌 프로야구 흥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타이중 참사’가 있었던 4년 전 2013 WBC에서 충격의 1라운드 탈락 이후 곧바로 2013시즌 관중수가 전년에 비해 71만 명 가량 줄어든 것이 이를 증명한다.
KBO리그는 과거에 비해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 지난해 8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는 어느덧 900만 관중을 바라볼 정도로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선수들의 몸값도 이제는 100억을 쉽게 넘어 설 정도로 그 규모 역시 커졌다.
국내 리그가 이처럼 비약적인 성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이 크게 작용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제적 위상을 높인 한국야구는 2006년 WBC 4강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으로 관중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은 결국 야구가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100억에 이르는 몸값을 받는 선수들의 국제대회 부진은 3할 대 타자가 40명에 이르는 리그의 기형적 ‘타고투저’에 일침을 가했고, FA 몸값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일조했다.
무엇보다 그간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으로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진데 반해 대표팀의 경기력은 2회 연속 2라운드 진출 실패에서 보듯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흥행 불안 요소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들의 경기력과 무책임함에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의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고, 세계 야구 수준에 이르지 못하자 리그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준 유일한 선수는 메이저리거 오승환이었다. ⓒ 게티이미지
여기에 그나마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유일한 선수가 메이저리거 오승환이었다는 점에서 선진 야구를 갈망하는 팬들의 시선이 메이저리그로 향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특히 올 시즌은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하다. 지난 2015년 어깨부상으로 긴 공백기를 가졌던 류현진이 선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고, 추신수, 김현수, 박병호 등은 다시 한 번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나서고 있는 황재균의 개막 로스터 진입 여부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여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이 메이저리그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BO리그도 경각심을 갖고 경기력 향상에 힘쓰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지 말란 법은 없다.
물론 2017 WBC의 부진만으로 관중수가 급격히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대형 FA의 연쇄이동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 여부, 그리고 이야기를 몰고 다니는 한화의 대형급 외국인 선수 영입 등 보다 많은 볼거리로 팬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부터 관중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이번 WBC의 졸전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해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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