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노 전 대통령 재수사' 거론…'문재인 책임론' 불붙나
'박근혜 악재' 극복하려 "뇌물의혹 막지 못한 장본인" 공세
보수진영 '막말 역풍' 우려…"선거전략 부재 노출한 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측에게 '박연차'는 금기어로 통한다. 올해 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박연차 20만달러 수수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도 문 전 대표 측은 쉽게 공격에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역공에 대비해야 했을 정도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노무현 정권과 가까운 사람이다. 박 전 회장에 따라붙는 '게이트', '리스트' 등의 단어는 그의 실체를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게이트의 한복판에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문 전 대표가 박연차 전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거나 직접적으로 얽힌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 이름을 꺼내는 자체가 문 전 대표 주변에선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다.
대선판 '강제 소환된' 박연차…문재인 진흙탕으로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박 전 회장의 이름이 연일 거론된다. 10년 전 노무현 정권의 과오를 끄집어내며 문 전 대표에게 칼날을 겨눴다.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의로운 죽음이 아니었다",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등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선 "문 전 대표는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국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비리와 부패를 방조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까지 받는다"며 "재수사 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우 전 수석과 문 전 대표를 같은 민정수석 반열에 올려놓고, 모시던 대통령의 비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 책임이 똑같이 있지 않냐는 의미다.
이미 수사 종결돼 '문재인 엮기' 현실성 없어
그렇다면 한국당이 문제 삼으며 재수사까지 하라는 '박연차 게이트'를 검찰이 다시 열어볼 수 있을까.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문 전 대표를 '盧정권 비리'에 대한 책임론으로 묶어둘 수 있다면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덮은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받던 중 2009년 5월 23일 자살함으로써 모든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법조계 한 인사는 "수사할 당사자가 없는데 무슨 재수사를 할 수 있나"라고 했다. "현실성이 없으니 진지하게 검토해볼 일은 아니다"는 얘기다.
보수진영 역풍 우려…"선거전략 부재 노출한 꼴"
한국당의 박연차 공세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희석시키고 상대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 측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수진영으로부터 "'막말‧막장 전략'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선거전략 부재를 노출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측이 시도했다가 별 소득 없이 덮은 사안이다.
이와 관련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의 현재 상황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현실적으로 재수사 등은 어렵다"며 "선거에서 현재와 과거 대통령의 정치적 사건을 통해 상대 정당을 압박‧공격하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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