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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전, 이승우의 축구는 예술 그 자체였다


입력 2017.03.28 07:06 수정 2017.03.28 07:29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아프리카 최강팀 상대로 멀티골 맹활약

개성을 존중하는 신태용 감독 만나 기량 만개

이승우가 잠비아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U-19 아시아 대회에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던 한국이 아프리카 챔피언을 잡아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27일 오후 7시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친선대회’ 2차전 잠비아와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2연승을 거두며 대회 우승 가능성을 높였고, U-20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만만치 않았던 잠비아

아프리카 최강 잠비아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U-2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답게 선수 개인의 능력부터 조직력까지, 지난 1차전에서 만났던 온두라스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경기 초반 잠비아에 주도권을 내줬다.

잠비아는 전반 5분 크리스핀 사쿨란다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에는 강력한 전방 압박과 유연한 드리블, 간결한 패스 능력을 뽐내며 대표팀의 전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이날 경기의 ‘영웅’ 이승우가 나섰다. 이승우는 전반 13분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은 뒤 수비수 3명을 제쳐내는 놀라운 드리블 능력을 뽐내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자신보다 체격이 우수한 선수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투쟁심과 뛰어난 스피드를 보여주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승우는 전반 26분에도 왼쪽 측면을 무너뜨리며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고, 1분 뒤에는 우찬양, 조영욱, 이승우로 이어지는 좋은 연결이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골키퍼 품에 안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를 주도한 한국은 전반 30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볼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은 우찬양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볼을 백승호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선제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잠비아는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진의 밀착마크를 이겨낸 애드워드 칠루피아가 볼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축구를 예술로 만든 이승우의 맹활약

한국과 잠비아가 치열했던 것은 이때까지였다. 한국은 잠비아가 동점골을 터뜨린 이후, 이승우의 맹활약을 앞세워 경기를 압도했다.

이날 초반부터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던 이승우는 전반 40분 마침내 골망을 흔들었다. 오른쪽 측면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백승호가 빠르게 침투하던 이승우를 향해 볼을 살짝 내줬고, 이어진 깔끔한 논스톱 슈팅이 잠비아의 골망을 출렁였다. 득점을 기록한 이승우와 그를 도왔던 백승호도 훌륭했지만, 역전골의 시작을 알렸던 한찬희와 이진현의 연계 플레이도 칭찬할 만했다.

골맛을 본 이승우는 더 무서워졌다. 간결한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수비를 끊임없이 흔들더니, 후반 16분 환상적인 득점을 만들어냈다. 역습 상황에서 이승우가 수비수 3명 사이에 있던 좁은 공간을 뚫어냈고, 골키퍼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칩샷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특히 두 번째 골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안정환이 보여줬던, 좀처럼 보기 힘든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이 득점으로 인해 잠비아는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고, 이후 한국의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추가골까지 터졌다.

후반 32분 페널티박스 좌측 부근에서 하승운이 짧게 내준 볼을 임민혁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이승우는 개성을 존중하는 신태용 감독을 만나 더욱 빛을 보는 모양새다. ⓒ 연합뉴스

완벽하지 않아서 더 기대되는 U-20 대표팀

신태용호는 1차전 3골에 이어 2차전에서는 4골을 몰아쳤다. 공격력만큼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만 수비는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 상대의 순간적인 침투에 슈팅 기회까지 내주는 모습과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는 장면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은 선수에게 중거리 슈팅 기회를 쉽게 내주는 것과 더불어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미드필드진과 수비진과의 간격 유지 및 호흡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U-20 대표팀은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전진 패스를 볼 수 없는 국가대표팀과 달리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이 가능하다. 상대 수비가 밀집한 지역에서도 자신 있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과감한 드리블 돌파 시도로 기회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창의적인 공격 축구를 가능하게 했다.

과거 ‘개인플레이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승우는 개성을 존중하는 신태용 감독을 만나 더욱 빛을 보는 모양새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져오면서 공간과 기회를 만들고, 풀백,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골잡이답게 득점 기회에서는 깔끔한 마무리 능력까지 뽐내고 있는 이승우다.

물론 본선과는 차원이 다른 이번 친선 대회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 보였던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탈피해 창의적인 공격 축구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본선에 대한 희망을 높여주고 있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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