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되찾은 류현진…목전에 다가온 ‘진짜 부활’
콜로라도와의 시즌 첫 등판서 4.2이닝 2실점
전성기 때와 큰 차이 없는 투구 내용, 부활 기대
류현진이 274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결과는 4.2이닝 2실점 5삼진 1볼넷 패전이었다. 5회말 2사 1,3루에서 77구만에 교체되며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복귀 후 첫 등판이며,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던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정부분 만족스러운 등판이었다.
투수 컨디션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구속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속구 평균 구속은 89.9마일(144.7km)로 어깨 수술 직전해인 14시즌 평균구속인 90.9마일(146.3km)과 큰 차이가 없었다. 최고구속은 150km에 근접한 92.8마일(149.3km)까지 기록했다.
단순히 평균 구속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이번 등판에선 그 구속을 꾸준히 유지했다. 지난해 복귀전에서는 5회 들어 평균구속이 87마일(140km)로 떨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 복귀전에서는 5회에도 89.2마일을 기록했다. 경기 후반에도 속구 구속을 유지한다는 것은 선발투수로서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의미다.
또한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은 14시즌 슬라이더의 평균구속을 81.7마일(131.2km)에서 84.5마일(136.0km)로 끌어올려 효과를 봤다. 이번 복귀전에서는 85.7마일(138.0km)로 오히려 부상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 다만 슬라이더의 구속 증가가 류현진의 부상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는 만큼 류현진이 고속 슬라이더를 계속 구사할지는 향후 등판을 더 지켜봐야 한다.
투구 레퍼토리도 부상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속구(53.2%)가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체인지업(19.5%), 슬라이더(15.6%), 커브(11.7%)가 뒤를 이었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비율도 32.5%-67.5%로 부상 이전 35.2%-64.8%과 비슷했다.
이날 복귀전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여러 구종을 차례로 시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회에는 첫 7구를 모두 속구만 던졌으며, 15구 중 11구가 속구였다. 슬라이더는 4회까지 거의 던지지 않다가(4구) 5회에만 8구를 던지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투구하는 것이 오랜만인 만큼 첫 경기는 구위와 커맨드를 점검한다는 느낌으로 던진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류현진의 다음 선발 등판은 13일 시카고 컵스 원정 경기가 유력하다. 2선발 리치 힐이 손가락 물집 때문에 10일자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12일로 하루 앞당겨 질 수도 있지만(중간에 휴식일이 있어 4일 휴식 등판이 가능) 77구에서 교체할 정도로 류현진을 관리하는 다저스가 시즌 초반부터 무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컵스는 녹록치 않은 상대다. 더구나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는 홈런이 비교적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복귀 후 까다로운 상대를 연이어 만나게 됐지만 선발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강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류현진이 컵스를 상대로 구속을 끌어올리고 소화 이닝을 늘린다면 2017시즌 완벽한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전망이다.
글: 길준영 /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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