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김영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연기 열정에 숙연해져
주옥같은 작품과 명연기, 오래도록 기억될 것
목숨을 걸고 연기한 고(故) 김영애의 마지막 모습, 이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 또 있을까.
배우 차인표가 공개한 김영애의 마지막 촬영 현장 모습이 팬들의 가슴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초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다.
영상 속 김영애는 앙상하게 마른 몸, 창백한 모습으로 걷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는 안도감으로 그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죽음을 예감한 듯 했지만,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후배들은 눈물을 흘리며 김영애를 배웅했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차인표의 한 마디에 진한 존경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차인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목숨을 걸고 연기하셨다.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끝까지 하신 것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전했다.
이 영상은 그동안 김영애에게 그리 주목하지 않았던 누리꾼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그리고 진정한 예술가, 장인 정신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김영애는 지난 2012년 드라마 촬영 도중 황달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도 김영애는 촬영 중이던 드라마에 해를 끼칠 수 없다며 주변에 투병 사실을 숨겼고, 드라마 촬영을 모두 마친 뒤에야 9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애는 이후에도 병세가 지속적으로 악화됐지만, 치료를 반복하며 연기의 끊을 놓지 않았다. 병마와 함께 싸우면서도 '변호인' '카트'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판도라'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명연기를 선보였다. 자상한 어머니부터 악역에 이르기까지 연기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60대 중반의 나이대의 배우 가운데 김영애를 대체할 배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체중이 40kg까지 빠지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인들은 그가 "죽더라도 연기를 하다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자신의 소신과 꿈을 마지막 순간까지 끝내 지켜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전해주는 울림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많은 연예인들이 병마와 싸우다, 혹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곤 한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깊은 감동을 전해준 이는 드물었다. 대중들이 오래도록 그의 작품과 연기를 기억할 것이다. 생전에 좀 더 알아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면서 말이다.
한편, 김영애는 9일 오전 10시 58분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66세를 일기로 숨졌다. 고인의 빈소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특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11시,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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