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속 배려는 '공존의 윤리'…배려 정신으로 선진 공동체문화 형성해야
현대사회 속 배려는 '공존의 윤리'…배려 정신으로 선진 공동체문화 형성해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동방예의지국'에서 배려가 필요한 사회로
우리 사회의 대중교통에는 노약자석과 임산부석이라는 두 가지 특별한 자리가 있다. 이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듣던 우리 사회가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을 배려하기 위한 자리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사회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까운 것은 더러 노약자나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정작 앉아야 할 사람이 앉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공 장소에서 모유 수유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것은 수유 시설이 확충되지 않았지만 모유를 먹어야 하는 갓난아기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변의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배려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배려는 약자를 위한 것을 넘어 '공존의 윤리'
문명의 발전은 분업과 협업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다수의 일은 자급자족보다는 분업으로 할 때 더 효율적이다. 그런데 분업은 계약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고 계약을 포함한 비즈니스는 배려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발달하기 어렵다. 남을 신뢰할 수 없다면 일을 나누는 것도, 같이 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누군가 어떤 집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자재와 돈과 사람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상호간 배려를 통해 나타나는 신뢰와 그 안에 녹아있는 이해와 관용이 있어야 한다.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재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가공하고 건설하는 업자들 사이에서와 만들어진 집을 팔고 소개하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 이것이 없다면 계약은 존중되거나 장기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다. 서로 믿고 거래를 하면서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려의 문화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배려의 일반화, 경제적 풍요가 우선돼야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도 있듯, 경제 성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힘든 사회는 제로섬 게임에 대한 인식이 강해져 각박하고 남을 생각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서로 믿지 못하는 약탈적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경제 성장은 계약과 배려의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배려를 바탕으로 한 계약은 거래의 신뢰가 높고 이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며 다시 배려가 또 다른 배려를 낳게 한다. '촛불 하나'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작은 촛불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나도 많아 …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배려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바탕이다. 배려라는 사회적 인프라를 증진시키는 것은 경제적 풍요, 제도적 합리성, 법치에 대한 믿음, 신용 질서의 정착, 올바른 커뮤니티 문화 등에 의해 가능하다.
배려는 머리로 아는 게 아닌 몸에 익히는 것
특히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관대함과 친절을 베푸는 관용의 정신이 있어야 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중 도덕에 대하여 아는 것과 지키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타인의 입장을 아는 것과 실제로 배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몰라서 식당이나 카페 등의 공공 장소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들이 뛰어다니게 놔둔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차이가 없다. 관용은 하루아침에 갖출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관용의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동의하기, 인정하기, 격려하기, 주기, 듣기, 감사하기, 믿기 등의 행동들, 다시 말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행동을 몸에 익혀야 한다.
배려 정신, 선진 공동체문화 형성
이해와 관용에 기초해 서로에게 배려하는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나를 배려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의 소유자가 될 수 있고 '나만 손해 본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계약이라고 볼 수 있는 주고받는(give & take) 행동이 성립할 수 있고 계약을 맺은 뒤에도 후회하거나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웃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들은 익명의 사람들이 모인 도시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남을 배려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은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낮추고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진 공동체 사회를 형성한다.
글/최승노 통합가치포럼 위원
△주요 약력
·현직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회장)
·학력 : 고려대 경제학 박사
·경력 : 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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