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승혁·김윤동, 깨지지 않는 껍질
21일 잠실 원정서 나란히 실점하며 역전 기회 날려
선발진 막강한 KIA, 불펜 해결 없이는 시즌 내내 고전
2017 KBO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가 일격을 당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붙은 LG 트윈스와의 21일 잠실 원정경기에서 2-6으로 졌다.
영입 성공작이라 평가받고 있는 외국인 선발투수 팻딘은 7이닝 6피안타 6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리그 중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는 KIA 타선 역시 병살타 2개를 쳤고, 잔루는 7개 기록했다.
타선이야 터지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문제는 고질적 약점인 불펜이다. 이날도 무너졌다. 2-3 뒤진 8회말 KIA 불펜이 가동했다. 8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낼 경우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스코어다.
8회말 시작과 함께 등판한 한승혁이 0.1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강판됐다. 손주인의 희생 번트가 유일한 아웃 카운트였으니 한승혁 스스로 잡아낸 아웃카운트는 없다.
김윤동이 구원 등판했지만 임훈과 양석환에 적시타를 얻어맞는 등 승계주자 3명을 고스란히 홈으로 들여보냈다. 2-6으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승패가 결정됐다.
LG 불펜의 호투와 대조되어 KIA 불펜의 붕괴는 더욱 도드라졌다. LG는 선발 임찬규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4이닝 동안 5명의 불펜 투수가 1실점으로 막았지만 KIA는 1이닝 동안 2명의 불펜 투수가 3실점하고 경기를 내줬다.
올 시즌 KIA 선발진은 리그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지난해 각각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원투 펀치 양현종과 헥터가 건재한 가운데 새로 합류한 팻딘도 매 경기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선발진의 이닝 소화 능력이 빼어나 상대적으로 불펜의 부담도 적지만, 유독 KIA 불펜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시즌 초반 베테랑 임창용이 연이은 부진 끝에 마무리에서 하차하면서 한승혁 혹은 김윤동이 새로운 마무리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두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자랑하는 1993년생 우완 파이어볼러라는 공통점도 있다. 속구 하나만 놓고 보면 마무리 자질이 충분하다.
하지만 한승혁은 10경기에서 1승 1세이브 2홀드를 기록하는 동안 평균자책점이 무려 8.64로 높다. 무려 9점에 육박하는 평균자책점이니 매 이닝 1실점 하는 셈이다. 2.16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 0.333의 피안타율, 0.874의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로 세부 지표 모두 좋지 않다.
김윤동 또한 7경기에 등판해 1패 2세이브 2홀드를 기록 중이지만 평균자책점은 5.87, 피OPS는 0.845로 높다. 강력한 속구를 보유하고도 5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3개의 볼넷을 허용해 볼넷과 삼진의 비율도 그리 좋지 못하다.
KIA는 10승 고지에 선착하며 13승 5패(승률 0.722)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불펜이 무너져 패하는 경기가 반복될 경우 선두 질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향후 상대팀들은 경기 종반 KIA 불펜을 상대로 포기하지 않고 총력전을 펼치며 괴롭힐 것이 명약하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한승혁과 김윤동이 껍질을 깨고 KIA의 뒷문을 든든히 잠글 수 있느냐에 KIA의 올 시즌 성패가 달려있다.
글: 이용선 / 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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