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유교 가치관·흑백논리…소통 가로막는 장애요인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는 문화, 소통·화합의 밑거름
왜곡된 유교 가치관·흑백논리…소통 가로막는 장애요인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는 문화, 소통·화합의 밑거름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 지수는 1.043(2011년 기준)으로 OECD국가들 중 터키, 그리스, 칠레,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의 강도가 높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 중첩적으로 나타나서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사회 문제, 남혐 및 여혐(남성 혐오, 여성 혐오) 같은 문제들까지 대두되고 있다.
현대사회 갈등해소법 '소통'…나아가 '통합'의 가치 창출
사람들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소통을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의 SNS로 대표되는 사이버 공간이나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많은 곳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소통의 장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의사 결정이 관료제 방식에서 TF(Task Force·테스크 포스)형이나 네트워크형 조직 중심으로 변해갈수록,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탈권위주의적 사회로 변해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개인 혹은 조직 간 소통하는 것은 그저 갈등을 완화, 해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합이라는 가치를 창출한다. 통합의 가치에는 지식의 교류 및 발전, 사회 문제의 감소, 경제적 가치의 증가 등이 포함된다. 이와 더불어 공동체, 나아가서는 한 사회가 유기체로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 효용을 증대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작게는 가정, 학교 등 사회화 역할을 수행하는 곳에서부터 크게는 국회, 정부, 법원 같은 정치 제도와 언론 등이 이러한 역할 수행을 요구 받는다.
소통 가로막는 장애요인…왜곡된 유교 가치관 여전
그런데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가 많다. 보통 시민을 인간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우선 인간(人間)이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는 관계 중심의 인간 관계, 유교의 영향 그리고 군대 문화 등으로 인해 가정, 학교, 기업 등 사회 전반적인 요소에 경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관계 중심의 문화에서는 인간 관계가 개인 대 개인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하 관계 혹은 일방적 지시 관계가 되기 쉽고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막는다.
먼저 가정에서는 아직도 가부장적인 모습이 남아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충고'하는 상황에서는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자의 학업 성취도와 상관없는 교육 과정처럼 학생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 통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교육 시스템에도 큰 문제가 있다. 학교에서는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오가는 토론식 교육보다는 교사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이 획일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뿐더러 기회 자체도 주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대학가에서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억압하려 하고, 교수가 학생에 대하여 강압적으로 대하는 수직적 문화가 잔존하고 기업에서도 관료적 문화가 짙게 남아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벌어진 차이, 흑백논리 등 '불통'으로 갈등 악화
대한민국은 사회 변화가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어왔다. 그 과정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등이 있었다. 가치관, 경험 등이 상이한 여러 세대가 한 공동체 안에 거주하게 되었고 사회 구조가 대가족 위주에서 핵가족 위주로 변화하면서 세대 간 소통의 장과 공통 분모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언어로 인해 생기는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존재한다. '야알못'(야구를 알지도 못하는) 등의 신조어, '버정'(버스 정류장) 같은 약어가 사용되는 것을 비롯해 한자, 일본어 등으로 인해 특정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는 기성 세대의 언어와 다르다.
흑백 논리와 상대의 상황, 가치관 등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 등도 소통을 가로막고 갈등을 악화시킨다. 의사 및 정보를 온전히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해의 소지를 갖게 해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고, 어느 한 쪽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소통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해 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특정한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는 경우 소통하는 것이 손해를 입도록 만드는 무대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는 문화…소통과 화합의 조직 만든다
소통을 통해 사회의 효용과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통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조직, 조직 대 조직의 경우를 막론하고 '가로막는 요소'들을 줄이거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 기술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학습 과정과 경험을 통해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과 학교 나아가 일상 생활에서 소통에 대한 체험을 향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을 특정한 관계 안에서의 위치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개인으로서 존중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기초로 개인과 개인이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고 소통할 때에 갈등이 완화되고 개인과 조직이라는 구슬들이 꿰어져 사회적 통합이라는 보배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글/최승노 통합가치포럼 위원
△주요 약력
·현직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회장)
·학력 : 고려대 경제학 박사
·경력 : 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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