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해트트릭에 가려진 벤제마 고민

호날두 3골 골폭풍 몰아치며 1차전 손쉽게 승리

6경기 연속 무득점, 벤제마에 대한 지단의 고민

호날두에 가려진 벤제마의 무득점 부진. ⓒ 게티이미지

최근 5년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무려 두 번이나 만났던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 마드리드).

레알이 두 차례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늘 치열했고 팽팽했다. 그러나 2016-17시즌 준결승전에서 벌어진 두 팀의 맞대결은 과정과 결과 모두 싱거웠다.

레알 마드리드는 3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AT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3-0 승리했다.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손쉬운 승리를 거머쥔 레알은 2차전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고, 두 시즌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호날두의 날이었다. 지난해 11월 AT 마드리드와 리그 맞대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는 호날두는 준결승 1차전 맞대결에서도 득점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전반 9분 만에 카세미루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첫 득점에 성공했고, 후반 27분에는 튀어 오른 볼을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멀티골을 작성했다.

호날두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40분에는 교체 투입된 루카스 바스케스의 패스를 침착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다시 한 번 AT 마드리드의 골망을 출렁였다. 그는 이 득점으로 지난 UCL 8강 2차전 뮌헨과 경기에 이은 2경기 연속 해트트릭 달성에도 성공했다.

호날두는 올 시즌 이전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전히 인간이 아닌 ‘축구의 신’임을 증명했다.

다만, 호날두와 함께 레알 공격의 중심에 있었던 카림 벤제마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벤제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그는 전반 6분 다니엘 카르바할의 저돌적인 돌파가 만들어낸 완벽한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고, 전반 19분에는 카르바할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28분에는 이스코가 올려준 날카로운 크로스를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하며 득점을 노려봤지만,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이후에도 벤제마는 전방 압박과 함께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의 슈팅은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벤제마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 중이다. UCL에서도 11경기에 나서 5골을 뽑아내고 있다. 평범한 공격수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득점 수치다. 그러나 레알 ‘BBC 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벤제마이기 때문에 그의 올 시즌 득점 기록은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벤제마는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고, 상대 수비와 경합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리그 5위권 내 팀과 경기에서는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고, UCL에서도 도르트문트와 나폴리를 제외하면 강팀과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벤제마 기용 여부 놓고 고민에 빠진 지단 감독. ⓒ 게티이미지

이날 경기를 포함해 6경기 연속 무득점이란 기록이 더해지면서, 벤제마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더군다나 레알은 가레스 베일이 잦은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호날두 역시 이전 시즌에 비해 좋은 활약을 보인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 벤제마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알바로 모라타라는 득점력이 뛰어난 대체 자원이 있지만, 지단 감독은 벤제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호날두를 스트라이커로 배치하고,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이스코 등을 측면에 투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BBC 라인’을 대체할 만큼의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UCL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한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우승을 위해서라도 벤제마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벤제마의 부진이 길어진다면, 레알의 두 시즌 연속 UCL 우승의 꿈과 리그 우승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지단 감독의 결단이 선다면, 벤제마는 더블의 향방이 결정될 순간을 벤치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호날두의 해트트릭으로 인한 UCL 준결승 1차전 완벽한 승리에 가려졌지만, 벤제마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