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사퇴' 두고 고성 오간 국민의당 '마지막 최고위'
최고위서 "조용히 하라"며 고성
고성이 오가고 책상을 내리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
최고위원회의서 "조용히 하라"며 고성
국민의당이 11일 지도부 총사퇴 여부를 두고 갈등을 노출했다. 당초 예정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잠시 정회하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이 오가고 책상을 내리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빚은 것.
오전 8시 50분 국민의당 비공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앞둔 서울 여의도 국회 2층 회의실에 입장한 문병호 최고위원은 무덤덤하지만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오늘 비대위원장 뽑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 오늘 못뽑지"라고 짧게 답했다. 평소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하고 여유롭게 답해주던 모습은 아니었다.
곧이어 박지원 대표가 관계자들과 애써 밝은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박 대표는 짐짓 여유로운 체 의자에 앉아 회의자료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회의는 박 대표의 사퇴문제가 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사퇴에 관해서만 계속 이야기했다"라며 최고위원들의 신경이 곤두섰음을 에둘러 말했다. 최고위원들은 전날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박 대표의 사회권 유무를 놓고 반발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한 시간여 지속되던 회의는 정회됐다. 박지원 대표는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 대표가 어제 사퇴했으니 (차점자가) 승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먼저 최고위 열어서 결정한 후에…"라며 정회 직후 열린 긴급 최고위가 열리는 대표실로 향했다.
박 대표에 뒤이어 연석회의장을 나온 문병호 최고위원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박지원 대표는 상왕 노릇하려는 꼼수 그만부리고 즉각 대표직에서 사퇴하라'는 제하 성명서를 낭독한 후 "사퇴 안하고 비대위 구성까지도 자기 의도대로 하려는 생각을 갖고 계신거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문 최고위원이 기자들에게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을 무렵 같은 층 복도 끝 대표실에서는 긴급 최고위에 참석한 황주홍 의원과 박지원 대표 간의 고성과 설전이 오고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표출됐다. 박 대표와 황 최고위원은 서로 "조용히 하라. 말조심 하라"라며 고성을 내질렀고 회의실 바깥 복도까지 여과 없이 들렸다. 누군가는 회의실 안에서 주먹으로 책상을 치고 발을 구르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최고위는 40여 분이 지나서야 종료됐다. 회의 종료 직후 박 대표는 상기된 얼굴로 나와 기자들과 만나 "총사태가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는 "연석회의가 끝나면 자세히 이야기해주겠다"라고 말하고 정회 중인 연석회의의 속개를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
국민의당은 이어진 연석회의에서 비대위 구성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가 종료된 후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연석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을 발표하고 당 대표직을 맡으며 느낀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전에 충분히 협의 없이 지도부 총사퇴 및 저의 책임론을 말 드린 것을 공개적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비대위가 구성되면 저의 경험과 모든 것을 살려 당이 잘 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박 대표와 황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당의 진로를 놓고 설전을 벌이다 고성을 지르는 등 험악한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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