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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중소기업 천국' 만든다더니…'육성' 보다 '부담' 가중


입력 2017.05.18 15:26 수정 2017.05.18 15:43        이광영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공약 이행에 중소기업계 ‘환호’

근로시간 단축·상법개정 등 법안에 중소기업 피해는 증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 관련 강연회’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공약 이행에 중소기업계 ‘환호’
근로시간 단축·상법개정 등 법안에 중소기업 피해 더 커져

문재인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등 중소기업 육성 공약을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는 전반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 정책이 결국 엇박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지명하며 재벌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18일에는 송기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원주을)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대·중소기업간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경제성장과 산업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동하고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거래관행을 정착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로서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옥죄는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중소기업계의 환호가 비난으로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 정책 엇박자…근로시간·최저임금은 ‘반중기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등 정책에 대해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측의 기대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에 휴일 근로 ‘중복할증’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연간 소요 비용은 총 12조3000억원 가량이 되며 이중 중소기업이 떠맡을 비용은 70%(8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급진적으로 시행할 경우 급여와 인력을 단기간 확충해야하는 영세기업 및 자영업자에 부담이 크다”며 “해외에도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소폭의 시행을 이룬 만큼 기업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5년이든 10년이든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무조건적인 정규직화가 이뤄질 경우 중소기업계의 사정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자본여력이 적어 단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대규모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대체로 대기업의 일감에 따라 비정규직의 일시적인 증감이 이뤄지게 된다. 이를 단순히 정규직 전환으로 해결하려 하면 되려 기업경쟁력만 약화되고 고용시장의 경직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 차별 문제 해소와 관련 정부의 인식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무작정 줄이기보다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접근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견·중소기업 성장 가로 막는 ‘재벌개혁’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발의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을 규제해 성장을 가로 막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와 학계 모두 실상은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해 일자리를 빼앗는 악법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에 따르면 상법개정안 가운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에서 문제 되는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도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에는 상법개정안에 신설되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전자투표제도 등 모든 것이 해당된다.

신 실장은 “비상장기업도 다중대표 소송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실상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거의 해당되는 조항”이라며 “실질적인 더 큰 피해는 대기업 보다 중견·중소기업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주회사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상장사 기준) 보유해야하는 현행법 보다 10%포인트 높은 ‘30% 이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공약된 것이지만 실제 개정안을 적용받는 지주회사 중 대부분은 중견·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쏟아 붓는 동안 경영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바라는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경제가 되려면 일단 이들이 대기업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가 중견으로, 중견이 대기업으로 커질 때마다 세제 감면, 대출 우대 혜택은 줄어들고 규제는 늘어나는 현실을 꼬집은 주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중견기업만 육성하는 정책이 오히려 대기업으로 성장을 가로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 최고 65%에 달하는 국내 상속세율이 그러한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하지 않고 안주하게 되는 장벽을 걷어내지 않고 재벌개혁 등 경제 민주화에 골몰한다면 이는 결국 중소기업을 죽이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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