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제스처'에도 '마이웨이' 고집하는 북, 노림수는?
전문가 "협상 전까지 최대한 핵·미사일 기술 개발하려는 것"
유엔 안보리 북핵 대응방안 논의키로…추가 제재안 나올지 주목
전문가 "협상 전까지 최대한 핵·미사일 기술 개발하려는 것"
유엔 안보리 북핵 대응방안 논의키로…추가 제재안 나올지 주목
미국이 최근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내면서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주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또다시 감행하면서 이른바 '마이웨이'(My Way)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21일 단행한 탄도미사일 도발은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대내외적인 입장 표명이자, 향후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17일(현지시각)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만나 "지금은 압박과 제재 단계에 있지만,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며 처음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어 18일(현지시각) 홍 특사와 만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정권교체도, 정권붕괴 지원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 "뒤에서 물어오지 말고 우리를 한번 믿어달라"며 북한의 핵 포기를 호소하듯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트럼프 정부가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수위를 낮춘 발언을 이어가며 북한을 향해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지난 14일 신형 '화성-12형'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일주일 만에 '북극성-2형'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러한 차원에서 자신들이 설정한 계획에 따라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해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과 대화한다 하더라도 핵능력은 일정한 수준까지 끌어올려놓고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본보에 "핵을 포기하는 조건의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을 가진 상태에서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강대강 국면을 유지하면서 주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 즉, 대화는 하되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선임연구위원은 "겉으로는 북한의 마이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탐색대화 국면에서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사일 도발로 대내외적인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협상 전까지 최대한 핵·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놓겠다는 고도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도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21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2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독자 조치도 철저히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외화 수입 차단을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 대신 중저강도의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소위 '레드라인'은 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23일(현지시각)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미 앞서 지난 1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추가 제재를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인 안보리가 기존 제재안을 뛰어넘는 초강경 대북제재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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