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업무지시' 남발, "협치 막는 권한남용" 야당 반발
"국정운영 시스템 무력화" "감사원 독립성 침해" 비판
감사원 '중립성 논란'에 4대강 정책감사 착수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업무지시' 형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무지시 내용과 관계없이 법적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권한 남용"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부처에서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곧장 이행하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적 문제와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업무지시 드라이브…'정치권 협치', '부처 독립성' 논란 불거져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후 업무지시를 통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업무지시에 '번호'를 달아가며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대부분은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적폐'로 규정했던 사안들이다.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및 올해부터 5·18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30년 이상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 △4대강 사업 정책 감사 등을 지시했다.
이 가운데 4대강사업 정책 감사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등은 정치권에서 논쟁 사안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부처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4대강사업 정책감사 지시를 받은 감사원의 경우,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직무의 독립성을 법률로 명시하고 있어 "대통령이 감사원에 지시하거나 요청하는 것은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감사원은 즉각 감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절차적 문제 등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업무지시 형태로 내려지는 일방적 명령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야당과의 건강한 협치를 원천적으로 막는다(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대통령이 감사원에 지시하거나 요청하는 것은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형태로 감사가 시작되는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다(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지침' 따랐다지만...부처 업무만 적용+강제력 없어
청와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인 업무지시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업무지시 형태로 지시가 내려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청와대는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대통령 지시사항 관리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훈령인 '대통령 지시사항 관리지침'은 "대통령의 업무를 지시 받은 행정 부처의 장은 업무 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수시로 확인·점검해 지시사항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부처 업무에만 적용되고, 각 부처의 장이 "노력해야" 할 뿐 강제력을 띄지 않는 권고 성격인 셈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과도기 정부에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긴 하지만, 법적 성격이 모호한 업무지시로 과도하게 밀어붙이면 나중에 '부채(負債)'가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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