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없는 공동체는 허울일 뿐…개인 한 명 한 명 존중해야"
"개인주의 없는 공동체는 허울일 뿐…개인 한 명 한 명 존중해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의 뜻에는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는 사회적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만큼 동양적 사고는 공동체를 중시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사회 질서의 원리로 삼았다. 이는 개인이 사회의 개별 주체로서 존재하는 개인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서양 문명의 발달로 인해 개인주의는 자연히 세계적 가치관으로 보편화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존재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社會)라는 말이 있다. 혼자서 살아가기보다 사회 구성원으로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말이다. 사회라는 표현에서 개인은, 공동체라는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규정되곤 한다. 하지만 공동체를 우선시해 개인을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정의하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공동체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때로 공동체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동체가 개인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저 강압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껍데기로서의 공동체에 다름 아니다. 공동체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받을 때 공동체는 건강성과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런 공동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 또 공동체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운영되면 그 공동체는 단순한 개인들의 합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 원리가 지켜질 때 사회는 번영의 길을 걷게 된다.
공동체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구성된 파생적 존재
사람은 개인으로 존재한다. 가족 공동체가 우선 존재한다. 개인과 가족을 기반으로 개인이 모여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이룬다. 개인이 우선이고 공동체는 개인들의 선택에 의해 구성된 파생적 존재다.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서 개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분명할 필요가 있다. 개인주의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본질적 가치이며, 현대 문명의 보편적 질서의 핵심적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존중받고 보장됨을 전제로 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중시되는 개인주의 없이는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의가 바로서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개인주의는 인류가 이룩해낸 현대 문명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가치인 것이다.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대체로 개인주의가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문화적으로 삶의 기반으로 정착하였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개인주의 정도가 대체로 낮다. 한국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개인주의란 집단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가 만연해 있는데, 그런 오해로 말미암아 개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자식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부모가 자식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부 TV 프로그램이나 서적에서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혼동해 사용하며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른 개념이다. 이기주의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고이며 사회의 보편적 원리인 개인주의와 구분된다.
"다른 의견은 배제"…전체주의적 사고 경계해야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개인보다는 집단과 공동체를 더 중시하는 문화였다. 농경 사회라서 지역공동체를 우선시해온 문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삶을 살아왔다. 공동체를 개인의 삶보다 우선시하는 사고는 현재 한국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유교 사상도 공동체 중시 사고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과도하게 공동체가 강조되어 나타난 개인 희생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화병에 걸리는 것도 그런 공동체 우선의 삶을 강요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공동체 중심 사고가 과도한 나머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획일적 사고에 빠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 혹은 집단과 다른 생각을 가지면 무조건 비판하려 든다. 표현의 자유를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나 집단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표현되었을 때는 매도하려 들기도 한다. 또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집단적으로 배제하기도 한다. 공동체 중시 사고는 개인이 집단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로 향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주의 없는 공동체는 허울일 뿐…자유·권리 존중하는 건강한 공동체 지향해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개인주의 없이는, 공동체는 허울뿐일 수 있다. 개인주의 사고가 올바로 정립될 때 가족, 단체 등의 공동체도 바로 선다.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공동체가 있다. 예를 든다면 작은 단위로는 가족이 있으며, 조금 큰 단위로는 기업, 단체, 조합, 종교 공동체, 지역 공동체 등이 있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공동체 자체를 중시하는 사고가 아니다. 바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 한 명 한 명을 존중하는 사고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개인주의 없이는, 공동체는 허울뿐일 수 있다. 개인주의 사고가 올바로 정립될 때 가족, 단체 등의 공동체도 바로 선다.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이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과거의 엄격한 수직적 구조를 이제는 수평적 구조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수직적 구조에서 사람들은 권위와 지시에 따라 일을 수행해야 했다. 반면 수평적 구조에서는 구성원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 범위가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보다 자율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일에 임하게 된다. 분권화된 구조라서 빠르고 효율적인 일 처리도 가능해진다. 조직 구조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면 그 결과로 조직 공동체는 새롭게 발전해나갈 동력을 얻게 된다. 개인주의 수준이 높고 개인주의가 보편화된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자유로움을 누린다. 우리 사회에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개인주의를 정착시켜 보다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최승노 통합가치포럼 위원
△주요 약력
·현직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회장)
·학력 : 고려대 경제학 박사
·경력 : 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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