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디스 “은가누 거품”...헤비급의 낯선 출렁거림
헌트와의 대결 앞두고 헤비급 경쟁자 은가누에게 도발
가공할 상승세 신예들의 설전에 침체된 헤비급도 생기 돌아
정찬성-최두호가 뛰는 페더급 등 두꺼운 선수층과 상위 랭커들의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다른 체급과 달리 UFC 헤비급은 스티페 미오치치가 최근 2차 방어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목을 끌어당길 만한 이슈가 없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헤비급은 케인 벨라스케즈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파이터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시들하다. 이처럼 고령화, 고착화 된 UFC 헤비급에 ‘랭킹 5위’ 프란시스 은가누(30·프랑스)와 ‘랭킹 6위’ 데릭 루이스(32·미국)라는 신예들이 뜨거운 한 방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경호원 출신의 은가누와 스트리트 파이터 출신으로 이름을 알린 루이스는 UFC 헤비급에서 각각 베테랑 안드레이 알롭스키(1R TKO)와 론다 로우지의 약혼자로 유명한 트래비스 브라운(2R TKO)을 완파하며 가치를 끌어올렸다. 연승 행진으로 랭킹 10위권 진입한 것을 넘어 무게감 있는 상대에 압승하며 가치가 치솟았다.
은가누는 2015년 말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5연승을, 루이스도 비슷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6연승을 달리고 있다. 루이스는 6월 뉴질랜드서 ‘UFC 파이트 나이트 110’에서 마크 헌트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루이스는 지난 23일 ‘The MMA HOUR’에서 ‘overhyped’라는 표현을 써가며 은가누에게 도발했다. 은가누가 지금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거품’이라는 것이다.
루이스는 “은가누는 거품이 잔뜩 낀 파이터다. ‘느리다’며 나를 폄훼하는 발언을 듣고 그와 붙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헌트전을 마친 뒤 은가누와 붙어 패배를 안겨주고 싶다. 전혀 두렵지 않다”고 도발했다.
은가누는 지난 2월 루이스가 브라운을 완파한 것에 대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나보다 느리고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그와 싸우기보다 상위랭커와 붙어 타이틀샷을 받고 싶다”며 사실상 ‘디스’했다. 서로가 서로를 한 번씩 공개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거구(신장 193cm 체중 115kg)지만 UFC 옥타곤에서의 스피드는 인정할 만하다. 아프리카(카메룬) 출신 특유의 탄력과 무시무시한 펀치를 지닌 은가누는 최적의 신체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리치는 무려 211cm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UFC 파이트나이트104에서 앤서니 해밀턴(미국)을 기무라 록으로 꺾었다.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만든 결과라는 찬사를 이끌어낼 정도로 힘도 매우 좋다. 이처럼 상대의 공격 패턴을 간파하고 승리를 이끌어내는 지능적인 경기운영도 돋보인다.
화이트 회장은 은가누를 두고 “미래의 헤비급 챔피언”이라고 극찬해왔다. 미오치치의 다음 상대로도 거론되고 있다. 아직 그래플링 쪽에서는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 없어 레슬링까지 장착한 미오치치와의 승부는 위험하다. 하지만 UFC 5경기 만에 랭킹 5위에 올라 도전자로 거론된다는 자체는 은가누의 폭발력을 입증한다.
은가누를 디스한 루이스는 하드펀처로서 한 방의 파워는 은가누에 뒤지지 않는다.
다부진 체격(신장 191cm 체중 120kg)으로 터프한 스탠딩 타격이 돋보이는 루이스는 MMA 통산 17승 가운데 15승을 TKO로 챙겼다. 펀치의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테이크다운 디펜스나 그라운드에서의 능력은 상위 랭커를 상대할 때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보완할 것이 꽤 많은 은가누와 루이스다. 그러나 침체됐던 헤비급에서 둘의 설전이 오고간다는 자체만으로 UFC 팬들은 모처럼 가슴 속 출렁거림을 느꼈다. 둘의 대결은 정교한 테크닉의 맛은 떨어지지만 헤비급 인파이터들의 대결이라 상당한 흥미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각자 헤비급의 어떤 강자들과 싸우든 은가누와 루이스 상승세로 인해 헤비급은 흥미와 신선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트래시 토크의 단순한 자극을 넘어 헤비급 구도를 출렁이게 할 매치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의 존재는 매우 존귀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