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비워두면 비워뒀지 임대룐 못 내려”…강남 건물주들의 배짱
강남구 1층 월임대료 3.3㎡당 12만4119원…여전히 비싸
#1. 서울 강남에서 24시 불한증막으로 유명했던 A온천은 6층짜리 단독 건물로 강남의 대표적인 찜질방이었다. 강남에서는 제일 큰 목욕시설을 갖춘 곳으로 세신뿐만 아니라 잠시 휴식과 수면을 취하려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함께 손님이 뜸해지면서 세입자인 온천주인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됐다. 더욱이 임대료가 높다 보니 이어 운영할 사람을 찾지 못해 시설비 등의 권리금을 받기도 어려워졌고, 세입자는 내부의 시설들을 다 부수고 나갔다. 한때 일각에서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내려주지 않자 항의하기 위해 세입자가 사실상 권리금을 포기하고 시설을 다 없애고 나갔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이 상가는 3년 가까이 ‘매매·임대’ 표지판이 걸린 채 비워 있다가 최근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2. 압구정동 대로변의 한 음식점은 2년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식기, 테이블, 주방기구 등의 시설이 그대로 있어 몸만 들어와 영업을 바로 시작할수 있기 때문에 임대 초기에는 억대의 권리금이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무권리인데도 둘러보는 사람이 없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음식점 사장은 “권리금이 없다고 덥석 영업을 시작했다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는 커녕 보증금을 까먹고 나갈까 두려워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는 이처럼 텅 빈 상가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경기불황으로 상권이 침체됐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에 기존 임차인들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데다 새로운 임차인 역시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1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 1분기 전국 상업용부동산 가운데 강남지역의 상가 동향을 살펴보면 중대형상가와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각각 5.3%와 3.4%로, 중대형상가는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 내렸지만 소규모상가는 변동이 없었다.
전체 서울 지역에서 중대형상가와 소규모상가의 공실률이 각각 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0.1%포인트 줄어든 것에 비하면 여전히 공실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기로 합의하기도 했지만, 상권이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강남 지역의 임대인 측이 임차인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임대료도 낮추기 시작하면서 공실률이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상권이 빠르게 되살아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과거 ‘오렌지족’ 거리로 유명해 사람이 몰리면서 상권이 활발했지만, 한때 여름철 나타난 압구정 벌레떼 기승과 함께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공사 등으로 사람이 뜸해졌다”며 “몇 년 전 부터는 신사동 가로수길 쪽으로 상권까지 이동하면서 이쪽 상권이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는 안 되는 데다 임대료가 높아 권리금은 고사하고 보증금까지 다 까먹고 나가는 상인들도 있었다”며 “최근 건물주 스스로 임대료를 낮춰 상인들이 부담 없이 영업하도록 상권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시도하는 취지는 참 좋으나,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사실 공실이 수년째 이어져도 소위 돈 많은 강남 건물주들은 건물을 비울지언정 임대료를 크게 낮출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면서 “강남 지역이라는 명성 때문에 한 곳이 임대료를 낮추면 전반적으로 임대료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쉽게 월세를 깎아주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한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6년 12월 기준 서울시 구별 상가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 월임대료는 1층 기준 3.3㎡당 12만4119원(비활성화지역 시세)~10만6722원(활성화지역 시세)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 서울 평균 월임대료가 10만5342원(비활성화지역 시세)~5만8961원(활성화지역 시세)인 것과 비교하면 강남 지역은 서울 지역 가운데 가장 임대료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