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난제' KBO리그 1차지명, 이대로 괜찮은가
2014년 지역 연고 1차 지명 제도 다시 부활
아마추어 선수들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 지녀
프로 스포츠에서 신인 지명과 육성은 강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로 전성시대를 연 두산이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이를 입증했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넥센 히어로즈 역시 내부 육성으로 호성적을 내며 신인 지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재능이 뛰어난 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한다. 10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보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른바 '베이징 키즈'의 등장이다.
KBO리그 신인 지명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바로 지역 연고 1차 지명이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는 태동부터 지역 연고와 밀착해 팬을 확보해 왔다. 각 팀들이 연고지에 뿌리를 내리는 데는 해당 지역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이 큰 도움이 됐다. 부산 최동원, 광주 선동렬, 대구 이만수 등 지역 출신 스타들은 연고지 팬들의 뜨거운 애정을 이끌어 냈다.
그렇기 때문에 연고 지역 내의 최고 아마추어 선수를 우선 지명할 수 있는 1차 지명은 야구 팬들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한 때 2009년 드래프트까지만 시행되고 전면 드래프트제가 도입되면서 잠시 폐지되기도 했지만 2014년 드래프트부터 다시 부활했다. 1차지명이 다시 돌아오면서 여러 제도를 손보았다.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 연고 지역의 고등학교를 팀별로 배분한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지방 구단들은 연고 지역에서 6개 정도의 고교를 배분 받았고 해당 지역에 6개 정도의 고교가 없는 팀은 다른 지역의 고교를 배분 받으며 그 수를 채웠다.
문제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었다. KBO리그에서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은 LG, 두산, 넥센 3팀이기 때문에 서울 지역을 배분하는 데는 협의가 필요했다. 결론은 16개의 고교 팀을 세 구단에서 공동 관리를 하고 지명 순서는 2013년의 성적의 역순으로(LG-넥센-두산) 시작하여 해마다 돌아가는 것으로 내려졌다.
서울의 연고지 공동관리, 타당한가
올해로 부활 5년째를 맞이하는 1차 지명은 서울 연고권 공동관리의 불공정함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서울 고교팀이 지방 고교팀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선수풀을 가지고 있는 점은 해당 연고지의 문제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공동관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서울권 세 팀은 특정 고교에서 1차 지명 선수를 동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시행된 1차 지명 사례를 보면 2014년에는 덕수고 임병욱(넥센)과 한주성(두산)이 동시에 지명을 받았고 2015년에는 서울고 최원태(넥센)와 남경호(두산), 2016년에는 선린인터넷고 이영하(두산)와 김대현(LG)이 지명을 받으며 3년 연속으로 한 학교에서 두 명의 1차지명 선수가 배출됐다.
지방 연고지의 고교에서는 한 학교당 한 명의 1차 지명 정원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방의 경우 특정 고교에서 두 명의 재능 있는 선수가 동시에 나올 경우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2차 지명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2016년 드래프트 대상자였던 경북고 최충연(삼성)과 박세진(kt), 2017년 드래프트 대상자였던 부산고 윤성빈(롯데 1차지명)과 최지광(삼성 2차 1라운드 지명)같은 경우 해당 연고 구단에 상당한 고민을 안겼다. 만약 지방 팀의 연고지가 공동관리였다면 선수들의 행로와 구단의 선택이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모호한 전학생 규정과 연고지 배분 문제
서울권의 1차지명은 연고지 공동관리 속의 중복 지명 뿐 아니라 그 팜의 차이도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처음 1차지명 규칙을 정할 때, 지방 구단에서는 6개 정도의 고교 중 1명을 택하는 제도로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는 서울권에서 해당 학교를 3분의 1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고교 전체에서 3명의 선수를 뽑는 규칙을 정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쇼핑으로 비유 하자면 6개의 가게에서 하나의 상품을 고르는 것과 16개의 가게에서 3개를 고르는 것의 차이다.
그간 지방 팀은 해당 연고에서 좋은 선수가 배출되지 않을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2차 하위 라운드에나 뽑힐만한 선수를 1차 지명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지방 팀 중 좋은 팜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대구, 경북 팜의 삼성도 다를 것이 없었다.
2016년 1차지명에서는 최충연과 박세진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최충연을 선택했다. 하지만 바로 직전 해 1차지명 했던 설악고 출신의 김영한은 입단 후 바로 육성선수로 전환이 됐다. 10개 구단 전력 평준화를 위해 활용되어야 할 신인 드래프트가 1차 지명에서부터 차이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연고지 배분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차지명이 다시 부활할 당시 NC 연고지인 경남권에 고등학교가 부족했기 때문에 규정을 손봐야 했다. 인접 지역인 울산공고와 과거 해태/KIA의 연고 고교였던 군산상고가 NC의 연고 고교로 들어갔다.
군산상고는 지금은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고교다. 프로야구 초창기 스타플레이어인 김봉연, 김성한, 김일권 등을 배출해내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정신을 그대로 해태의 팀컬러에 더한 학교였다. 군산상고에 대한 타이거즈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그만큼 군산상고에 대한 팬들의 향수가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롯데의 제2 홈구장이 있는 울산의 고등학교인 울산공고가 NC의 팜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는 원래 마산구장을 제2 홈구장으로 사용했었다. 하지만 NC가 창단함에 따라 마산야구장을 더 이상 제2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울산시와 함께 협약을 체결하여 울산 문수 야구장 건립에 발 벗고 나섰다.
2012년 첫 삽을 떴던 문수 야구장은 순조롭게 완공됐다. 2014년 3월 개장을 했고 같은 해 4월, 롯데와 삼성의 역사적인 첫 정식 경기가 치러졌다. 뿐만 아니라 롯데는 울산시의 아마야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2 연고지 정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자생력이 약한 지방 고교야구팀에게 연고지 프로팀의 지원이 절실하다. 야심차게 도입했던 전면 드래프트제가 폐지되고 1차지명 제도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은 연고지 아마 야구팀에 대한 지원이 끊겼던 이유도 컸다.
지역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꾸준히 지원했던 팀에게 해당 지역의 고교를 배분해주는 것은 적절한 혜택이 된다. 이 지원으로 육성된 유망주가 해당 팀에 입단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게 되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런 점에서 '울산 야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롯데가 울산의 유일한 고교 야구팀 울산공고의 선수를 1차 지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야구의 수준은 향상되고 있다. 위기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중 동원을 포함 시장 규모가 매해 성장하며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 유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신인 지명은 점점 중요성이 커져 가고 있다.
각 구단이 전력 균형을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선수 수급의 근간인 신인 지명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보완해나가야 한다. 현재 1차 지명 제도에서 드러난 불공정한 특혜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 이정민, 김정학/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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