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20억 챙겨 필리핀 도피 은행 간부, 15년 만에 징역 8년 실형
도박 자금 등 필요해지자 고객 위탁금 손 대
범행 발각 위기 느끼자 2002년 해외 도피
시중은행 간부가 고객 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뒤 필리핀으로 도피했다가 15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실형을 살게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성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내 한 은행의 전 지점장 이모(57)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씨는 1998년 1월부터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2000년까지 고객 A씨가 맡긴 17억 4000여만 원을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그러다 도박 자금 등이 필요해지자 이 돈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2000년 2월 증액된 위탁금 19억 9000여만 원을 본인 명의로 전액 입금한 뒤 같은 날 이를 인출해 2002년 2월까지 자신과 지인의 계좌를 활용한 주식투자와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해당 돈이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 양도성예금증서를 위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위기를 느끼자 2002년 2월 사이판으로 출국한 다음 필리핀 마닐라로 도주했다.
검찰은 올해 1월 필리핀 수사당국과의 국제수사 공조로 이 씨를 검거해 15년 만에 강제송환했다.
이 씨는 현지에서 필리핀 국적 여성과 견혼해 아내 명의의 여행사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이 매우 불량하고 범행 직후 필리핀으로 도주해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했다”며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 은행이 피고인 명의 예금 등에 대한 강제집행으로 3억여원을 회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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