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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이러다 민주당과 합치려나'…'문재인 정부 도우미' 눈총


입력 2017.06.07 17:05 수정 2017.06.08 06:08        문현구 기자

'민주당 2중대, 한국당 2중대 아닌 국민의 2중대 되겠다"

'호남 민심'에 좌우되는 현실적 한계로 '독자노선' 공염불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오전 국회 국민의당을 방문해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정치 현안마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제2 야당' 국민의당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면서 역할론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지난달 31일 새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1호'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서 본회의 표결 때 '통과' 과정을 거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당초 다른 야당들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과 함께 인준 부결로 방향을 잡았다가 입장을 바꿔 '찬성'쪽으로 돌아서면서 이 총리의 인준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낙연 인준 통과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론 과시…다른 야당과는 '노선' 견해차 보여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출신의 이 총리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 등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웠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후 연이어 진행되고 있는 장관급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서도 국민의당은 야권의 보수정당들과는 노선을 달리 하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어 이른바 '민주당 2중대'라는 평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부터 제1야당인 한국당과는 갈등의 골까지 패이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6일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이낙연 총리 인준안 처리때 여당 손을 들어준 것을 겨냥해 "야당이 부적격 인물을 정략적 발상에서 혹은 특정지역의 민심 눈치를 보며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하는 모 정당은 지금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져있다"고 비난했다. 바로 국민의당을 지칭한 표현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에 상왕으로 불리던 분(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은 요즘 갑자기 새 정부에게 무슨 책을 잡혔는지 자고 나면 청문회 관련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당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누가 봐도 이상한 야당이고, 정체성이 모호한 여당 2중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제가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에 대해 사쿠라 정당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지금처럼 오락가락, 갈팡질팡 행보를 계속한다면 결국엔 그런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당도 발끈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금도를 넘는, 협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결례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박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거리낌없이 협조하는 준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면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선도자 역할을 맡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행보도 지금과 유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당 등 보수진영 야권 정당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미이자 여당인 민주당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국회개원 기념식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사이에 두고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전체회의가 열렸다가 9일로 다시 연기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과 관련해서도 국민의당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8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한 당론을 정한다는 것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를 당부한 민주당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캐스팅보터' 기대됐던 국민의당, 정작 '민주당 2중대' 외부 비판 극복이 과제

여기에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김용수 상임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서도 국민의당의 위치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가는 한 단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용수 차관 선임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한국당 경우 국민의당을 이미 '민주당 2중대'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방통위원 5명 중 대통령과 여당 몫은 3명이고, 야당 몫 2명은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하게 돼 있다”며 “만일 국민의당이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할 경우 여야 비율은 '4대 1'이 돼 정권 마음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과 8일 이틀 동안 치러지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김 후보자가 전북 고창 출신의 호남인사라는 점에서 '5.18 재판 판결'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이 매서운 견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한 처벌에 앞장섰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박지원 전 대표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고 해서 박수치는 것을 민주당의 2중대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며 "민주당의 2중대, 한국당의 2중대가 아니라 국민의 2중대가 돼서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지적하는 게 제 3당의 길"이라고 강조하며 '독자노선'의 의미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당 안팎에서 '캐스팅보터'로서 국민의당에 대한 위치가 바로 서 있지는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당으로서도 고심되는 부분으로 다가왔다.

야당으로서의 강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호남 민심'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처지에 대해 '국민의 2중대' 바람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민주당과 연대 또는 통합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 이러면 '문재인 정부 도우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석수 40석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정국 주도권 대열에서 기선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국민의당이 활로를 어떻게 찾아갈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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