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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슈틸리케 스리백, 통하지 않은 이유 셋


입력 2017.06.08 11:31 수정 2017.06.08 11:31        데일리안 스포츠 = 서현규 객원기자

이라크와의 평가전서 스리백 꺼냈지만 효과 미미

측면 공격수에 어울리지 않았던 손흥민과 이청용

스리백 카드가 실패로 귀결된 슈틸리케 감독. ⓒ 데일리안

슈틸리케 감독이 ‘쓰리백’을 꺼내들며 새로운 전술을 실험했지만 아쉽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에미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표팀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며 새로운 전술과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했지만,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후반 들어 기존 포백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날 슈틸리케가 채용한 3-4-3 포메이션은 매우 참신해 보였다.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 자리에 배치하고, 공격 2선의 남태희를 미드필더로 내렸다. 또한 이청용이 선발 출전하며 지동원, 손흥민과 함께 최전방 공격 라인을 이뤘다. 하지만 문제점이 수두룩했다.


3-4-3 측면 공격수 자리에 적합하지 않았던 손흥민과 이청용

3-4-3 포메이션은 미드필더 라인에 4명의 선수가 배치된 대형이지만, 이 중 양 사이드 선수들은 윙백으로 분류된다. 온전히 측면에만 주력하며 공, 수 양면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때문에 3-4-3의 실질적 중앙 미드필더 숫자는 단 2명이라 할 수 있다. 4-3-3, 4-2-3-1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들과 중원에서 부딪힐 경우 수 싸움에서 패할 공산이 크다.

3-4-3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손흥민의 움직임과 역할 ⓒ 데일리안 서현규

'중앙 미드필더의 숫자 부족'이라는 3-4-3의 태생적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빌드업 시 양 측면 공격수 자리를 맡고 있는 손흥민과 이청용이 유기적으로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러한 역할을 부여한 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었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밑으로 내려와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 볼을 받아주고, 창의적인 전진 패스를 넣어주는데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손흥민은 공격의 쉼표보다는 마침표 역할에 더욱 잘 어울리는 선수다.

3-4-3을 사용하는 유럽 명문팀들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격 라인에 플레이 메이커 성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를 배치하기 마련이다. 아스날의 경우 메수트 외질을,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에릭센, 그리고 첼시에서는 에당 아자르와 유벤투스의 파울로 디발라가 이러한 역할을 소화했다.


좌우 센터백들의 소극적 빌드업 참여

한편 수비 라인에서는 좌우 센터백인 장현수와 홍정호가 빌드업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문제점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스리백 체제에서 가져가는 빌드업 형태는 3명의 수비수들이 좌우로 넓게 벌려 밑선에서 볼을 공유한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는 장현수와 홍정호가 빌드업 시 넓게 벌려주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중앙의 기성용에게 전진 패스를 의존하는 모습이 많았다.

좌우 센터백 장현수와 홍정호의 빌드업 소극적 참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 데일리안 서현규

빌드업 상황에서 3명의 수비수들이 넓게 벌려주지 않는다면 밑선에서부터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들 수 없다. 때문에 양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들이 볼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밑으로 내려오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에 따라 전방의 손흥민과 이청용이 볼을 받기 위해 측면과 밑으로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는데, 이는 앞서 소개했듯 절대 손흥민과 이청용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박주호와 김창수의 공격 능력 미비

스리백 체제에서의 윙백은 수비도 중요하지만 공격 상황에서의 영향력 역시 필수불가결적으로 갖춰야 한다. 대형상 전문 윙어를 따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슈틸리케호의 측면 공격수를 따로 두는 3-4-3 대형의 경우, 3열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좌우 윙어들이 중앙으로 좁혀 스트라이커를 보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3-4-3의 측면 공격수를 '전문 윙어'라 표현하기는 매우 힘들다.

첼시의 빅터 모제스, 스토크 시티의 마메 비람 디우프, 아스날의 알렉스-옥슬레이드 챔벌레인 등 기존 윙어가 주 포지션인 선수들이 백3 체제에서 윙백 자리를 소화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양 윙백의 공격 능력 미비로 공격진들이 측면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았다. ⓒ 데일리안 서현규

이렇듯 윙백은 백3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슈틸리케는 이날 좌우 측면 수비수 자리에 박주호와 김창수를 배치했다. 박주호는 이번 시즌 소속 팀에서 단 4경기만을 소화했고, 김창수는 그리 특출 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알맞지 못한 선수들을 배치시킨 문제점은 경기에서 확연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박주호와 김창수가 공격 시 실질적 윙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니 다른 선수들이 측면으로 밀집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쪽으로 쏠리니 매우 좁은 공격 공간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한국 대표팀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며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하는데 실패했다.

슈틸리케가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승리를 따내기 위한 스리백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서현규 기자 (toru_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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