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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 능력의 한계…'내사람 과거는 덮고 간다'


입력 2017.07.18 05:57 수정 2017.07.18 10:14        이충재 기자

"우리시대 사람 중에 그렇게 완벽한 사람 없더라"

대통령 인사 스타일 변화 없인 시스템도 '무용지물'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8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강경화 신임 외교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는 이야기는 시대와 조직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되는 금언(金言)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두는지에 따라 일의 성패는 물론이고 조직의 명운이 갈린다. 그 가운데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집행하는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매 정권마다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낙마자가 나와 조각·개각이 지연되는 인사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인사권자의 좁은 시야가 문제인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후보자의 하자가 문제인지, 아니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서 그런지, 야당이 뭔가 대가를 바라는 협상카드로 활용해서 그런지, 여러 각도에서 참사의 원인을 살펴보고 제도적 개선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우리 시대를 살았던 사람 중에 그렇게까지 완벽한 사람 없더라."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자에서 배제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5대원칙'으로 불리는 대선 공약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발탁한 고위공직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이같은 인사원칙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5대 인사원칙을 엄격히 지키기 힘들다는 것은 청와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 인사는 '이정도면 정말 깨끗한 인물이다'고 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우리 시대를 살았던 사람 중에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 털어놨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6명의 장관급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포함한 8명의 인사청문회 대상이 논문표절 의혹을 받았다. 현재 임명된 장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5대 원칙'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위반 의혹을 받았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5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소 잃고 외양간 고쳤지만..."인사추천위 제역할 못해"

커지는 인사논란에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인사 검증 시스템이었던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했다. 이미 검증 시스템 문제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사태 이후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동안 청와대는 '후보 추천→인사·민정수석실 2∼3배수 압축→약식 검증→대통령 보고→1·2배수 재압축→정밀 검증→인사 발표' 단계를 거쳤지만, 인사추천위가 가동되면서 약식검증 대상은 5∼6배수로, 정밀검증 대상은 3배수 이상으로 늘리는 등 검증 절차가 한층 촘촘해졌다고 했다.

문제는 인사추천위 가동이 또 다시 '소 잃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울타리가 될 수 있느냐다. 공식적으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추천위에서 민정수석실의 후보자 검증을 한차례 더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는 수준이었다. 결격사유를 걸러내는 대신 '셀프고백'만 늘었다.

이를 두고 여권 한 관계자는 "현재 인사추천위의 구조를 보면 부적격 후보자를 거를 수 있는 상위 개념의 검증 시스템이 아니라 검증회의를 몇 차례 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증의 '울타리'를 높인 것이 아닌 비슷한 높이를 한겹 더 쌓은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인사 스타일 근본적 변화 없인 시스템도 '무용지물'

실제 인사추천위 가동 이후에도 부실 검증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임 실장이 인사에 적극 개입할 경우 '무늬만 인사검증기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코드를 맞췄을뿐, 형식적인 검증 절차를 진행하는 '거수기' 노릇을 하면서 인사 참사를 불렀다.

결국 본질은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검증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차관 후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선거 공신이거나 이념이 선명한 시민단체 출신들로 채워졌다. 한쪽으로 치우친 '코드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편향된 인사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반대 세력의 반발을 부르고 결국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사가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악순환 구조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힘이 들더라도 각 분야 인재를 철저하게 검증해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며 "국민과 언론의 거센 비판에도 상식을 무시한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를 반복한 과거 정부의 인사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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