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고민…호날두 의존도 재확인
사상 첫 미국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서 패배
호날두 공백 메우지 못한 베일과 벤제마
프리시즌 친선 경기였지만 ‘엘 클라시코’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전반에만 2골씩을 주고받으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레알 마드리드가 3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바르셀로나와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2-3으로 패했다. 레알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호날두의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팀들답게 경기 초반부터 화끈한 공격 축구로 부딪혔다. 바르셀로나가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3분 리오넬 메시가 스피드를 활용하며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했고, 간결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슈팅을 해 골망을 갈랐다.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되는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수비수 3명 사이에서도 득점을 만들어낸 메시의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기세를 올린 바르셀로나는 곧바로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전반 7분 네이마르가 수비수 2명 사이로 지나가는 절묘한 땅볼 패스를 연결했고, 루이스 수아레스가 흘려준 볼을 이반 라키티치가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12분에도 네이마르의 놀라운 칩킥을 수아레스가 슈팅으로 연결해 세 번째 골까지 노렸다.
경기 시작 10분이 채 흐르기도 전에 두 골이나 내준 레알은 반격에 나섰다. 전반 14분 마테오 코바치치가 2대1 패스로 공간을 만들어냈고, 골문 구석을 향하는 예리한 슈팅으로 바르셀로나의 골망을 출렁였다.
이후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잘 막아낸 레알은 동점골도 터뜨렸다. 전반 36분 공격에 집중한 바르셀로나의 공수 간격이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았고, 마르코 아센시오가 코바치치와 빠른 역습에 이은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의 틈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과 스피드, 연계와 마무리까지, 완벽한 득점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바르셀로나의 몫이었다. 후반 5분 프리킥 상황에서 네이마르가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크로스를 올려줬고, 헤라르드 피케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프리시즌인 만큼 결과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레알은 큰 고민을 떠안았다. 호날두가 빠진 전방에는 베일과 벤제마가 나섰지만,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시기라고 위로를 삼기에는 이들의 지난 시즌과 프리시즌 친선 경기까지의 활약이 너무나도 저조하다.
베일은 벤제마, 아센시오와 함께 공격에서 활발히 움직였지만,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했다. 전반전 내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기회를 노렸지만, 볼을 잡는 것도 힘겨웠다. 기본적인 볼 터치부터 불안하다 보니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이나 슈팅도 기대할 수 없었다. 후반 8분에서야 카세미루의 패스를 받아 첫 슈팅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허공을 갈랐다.
벤제마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19분 과감한 드리블에 이어 시도한 슈팅이 이날 그의 유일한 공격 장면이었다. 측면에 위치한 베일, 아센시오와 자리를 바꾸고,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시도는 좋았지만, 위력이 없었다. 바르셀로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벤제마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고, 아센시오가 주도하는 빠른 역습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 여름 레알은 지난 시즌 적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20골(리그+챔스+컵대회)을 뽑아낸 스트라이커 알바로 모라타를 첼시로 보냈다. 호날두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킬리안 음바페와 같은 초대형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벤제마와 베일의 어깨에 올 시즌 레알의 성적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벤제마의 입지는 위태로웠지만 그래도 주전 스트라이커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출전 시간, 기회가 적었던 모라타보다 득점(17골)이 적었다. 부상 악령을 떨쳐내지 못하며 시즌을 마무리한 베일은 두 자릿수 득점(9골)에 실패했다. 그 모습이 새 시즌을 앞둔 프리시즌에서도 이어지니 레알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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