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자 없는 이승엽…그 위대했던 족적
한 시즌 최다 및 통산 최다 홈런 기록
국가대표에서도 숱한 명장면 만들어내
‘국민타자’ 이승엽이 마침내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승엽은 3일 대구에서 치러지는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마지막 홈경기이자 정규 시즌 최종전인 넥센 히어로즈전을 끝으로 23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승엽은 KBO리그의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에 수립한 한 시즌 최다 홈런(56홈런)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통산 최다 홈런(465홈런), 최다 타점(1955타점), 최다 루타(4069루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정규 시즌 MVP 5회, 한국시리즈 MVP 1회, 골든글러브를 10회에 걸쳐 수상했다.
‘라이언킹’이라는 별명답게 이승엽은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전기 리그와 후기 리그의 통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가 치러지지 않은 1985년을 제외하면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2001년까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질긴 사슬을 끊어낸 주역은 이승엽이었다. LG 트윈스를 상대했던 2002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이승엽은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마해영의 백투백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아 올렸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권에 올려놓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놓고 겨룬 일본전에서 8회말 에이스 마쓰자카의 자존심을 꺾는 결승 2루타를 폭발시켰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것은 최초였다. 더불어 한국 야구를 상징하게 된 ‘8회의 기적’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했다.
초대 대회였던 200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도쿄돔에서 펼쳐진 1라운드 일본전에서 8회말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5개의 홈런을 몰아쳐 대회 홈런왕에 올라섰다. 그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준결승전 일본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2경기 연속 결승 홈런을 작렬시켰다. 한국 야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1등 공신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소속으로 정규 시즌이 한창이었지만 대표팀 참가에 적극적이었고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승엽은 단순히 기량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23년의 프로 선수 생활 동안 이렇다 할 구설에 오른 적이 없었다. 최근 계속되는 프로야구계의 사건 사고들을 감안하면 이승엽의 자기관리는 너무도 모범적이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항상 겸손하고 진지했다. 홈런을 터뜨리고도 상대 투수를 배려해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무표정하게 베이스를 돌았다.
이승엽은 KBO리그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에나 볼 수 있었던 ‘은퇴 투어’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가 마지막 원정 경기를 치를 때마다 상대 9개 구단은 그를 위해 뜻 깊은 선물을 준비해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이승엽은 비록 상대 선수라도 은퇴를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낸 선구자적 인물이 됐다.
안타까운 것은 삼성은 물론 KBO리그를 통틀어 이승엽의 후계자는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빼어난 개인 기량은 물론 겸손함을 갖춘 데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끄는 대스타는 이승엽 이후 보이지 않는다. 이승엽이 떠난 뒤에야 그가 얼마나 거대한 선수였는지 느껴지는 순간이다.
글: 이용선, 김정학/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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