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비선실세 최순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여원을 구형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필자는 '책임에 비해 과하다'고 생각한다.
최순실이 비록 이번 국정 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고 '몸통'이라 하지만 이대 입시 비리까지 32년 구형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특검 도우미'라고 하지만 이번 국정 농단 사태의 2인자인 장시호의 '1년 6개월 구형'과도 형평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의 최고 이념인 '정의'와 '형평'을 위해 역대 정권들의 비선 실세와 국정 농단 사범들의 범죄와 형량에 대해 살펴보자.
필자가 알기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최측근 중 교도소에 가지 않은 분은 거의 없지만, 일단 노태우 대통령부터 살펴보자.
'6공 황태자' 또는 '떠오르는 태양'으로 불렸던 박철언, 그는 노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이종사촌 간으로 정무1 장관, 체육부 장관 등을 지내며 정치와 경제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슬롯머신 업체로부터 5억원의 뇌물은 받은 혐의로 당시 홍준표 검사에 의해 재판에 넘겨져 '1년 6월'을 살았다.
YS의 차남으로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 그는 1997년 '한보 게이트'에 연루돼 모두 32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직계가족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는데, 결국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김대중 정권 때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사실상 첫 야당 후보로 대권을 거머쥔 DJ의 아들들 '홍삼트리오', DJ의 세 아들 중 막내 홍걸씨는 2002년 5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3억원을 수수한 것이 밝혀져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한달여 후인 6월엔 차남 홍업씨가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2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마지막으로 장남 홍일씨도 나라종금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으로 '봉하대군'으로 불린 노건평, 그는 2004년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되었고, 2008년에는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해 30여 억원을 받아 2년6월의 형을 선고받았지만 결국 2010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통했던 '영일대군' 이상득, 그는 솔로몬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구속되어 '징역 1년2월'을 선고받았다.
이상에서 역대 정권 실세들의 잔혹사에 대해 살펴봤는데 결국 누구도 2년 이상 실제 수감생활을 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
일부(박관천)에서 '권력서열 1위'로 불리며 '삼성의 말을 마치 자기말처럼 탔던(정유라 증언)'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 위와 같은 과거의 정권 실세나 국정 농단 사범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그에게는 과연 어느 정도의 형이 적당한가?
필자는 과거 정권 실세들의 판결문과 최순실의 공소장을 몇번이고 비교해서 읽어보았다.
결국 필자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과거 비선 실세나 국정 농단 사범들에 대한 형량은 '국민의 눈높이'에 비추어 볼 때 '너무 가벼웠고', 최순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이번 국정 농단 사태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순실을 일관되게 비판했고, 지금도 그를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울러 "최순실이 무분별한 재산 축적 욕심에 눈이 멀어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데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검찰의 논고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법치의 생명은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든, 어떤 판사가 판결을 하든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국민들의 신뢰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는지,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는지,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한 법치주의 사회는 결코 아니다.
정의의 여신은 두 눈을 가린채,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 칼을 쥐고 있다.
두 눈을 가린 것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 무사한 자세를, 저울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과 법원은 오로지 '칼'만 들고 '저울'을 집어 던져서는 안 된다. 두 눈을 감지 않고 촛불이든 태극기든 여론에 좌고우면해서도 결코 안 된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대공지정(大公至正)', '지공무사(至公無私)'의 자세로 판단하면 된다.
검찰은 ''최순실이 헌법 가치를 보호해야 할 대통령과 함께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아닌 '여론'에 입각한 그에 대한 과도한 처벌 역시 '법치'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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