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초회보험료 7년 만에 최저…성장성 빨간불 켜졌다
올해 개인보험 초회보험료 8조원 대 머물 듯
9조원 이하 2010년이 마지막…7년 만에 최소
IFRS17 앞 저축보험 축소…금리 상승에 희망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올해 들어 새로 거둬들인 연간 보험료 규모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들이 조만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될 때 재무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저축성 상품 판매를 크게 축소하면서다.
특히 저축성 보험이 최근까지 업계의 양적 팽창을 견인해 온 대표 상품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성장 둔화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인 가운데, 반등하는 금리를 활용해 바닥까지 떨어진 투자 수익률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생보사들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25개 생보사들의 개인보험 초회보험료는 6조2885억원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로 활용된다.
이 같은 추세로 봤을 때 올해 연간 생보사들의 개인보험 초회보험료는 8조원 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액수가 가장 최근 9조원 이하에 머물렀던 건 2010회계연도(8조4755억원) 이후 7년 만이다. 또 10조원에 못 미치는 것은 2011회계연도(9조9240억원)가 마지막이었다.
실제 생보업계의 개인보험 초회보험료는 2012회계연도에 28조355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보이긴 했지만 줄곧 10조원은 넘겨 왔다. 보험업계의 회계 결산월이 3월에서 12월로 변경되며 9개월 치 실적만 담긴 2013회계연도(7조5082억원)를 제외하고 ▲2014년 12조7909억원 ▲2015년 13조5470억원 ▲2016년 11조1482억원 등을 기록했다.
생보업계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기본적인 배경은 부정적인 시장 환경 때문이다. 사실상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보험 산업의 구도 상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더욱이 본격화하고 있는 저성장·고령화에 새로운 고객층은 도리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생보사들의 부진을 가속화 하는 요인은 저축성 보험의 축소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생보사 저축성 상품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5.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같은 기간 퇴직연금 보험은 5.5%, 보장성 보험은 4.4%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저축성 보험이 힘을 잃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 때문이다.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높은 이자율을 보증하고 판매된 저축성 보험은 IFRS17 아래서 보험사 재무 부담을 키울 주범이 될 전망이다.
저축성 보험은 최근 몇 년 간 생보업계의 최대 성장 동력이었다. 일시납이 많은 특성 상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팔면 보험사는 자산을 단기간에 불릴 수 있는데, 회사 규모를 두고 경쟁을 벌이면서 생보사들이 이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IFRS17 적용이 다가오면서 저축성 보험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그나마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오던 최근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은 생보업계에 희소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이번 달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0.25%포인트 올렸고, 내년 3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지난 달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생보사들에게 금리 상승이 반가운 이유는 바닥까지 떨어진 투자 수익률 회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내 25개 생보사의 올해 3분기 평균 자산운용이익률은 3.60%를 나타냈다. 이는 저금리가 본격화하던 2012년에 기록한 5.11%에 비해 1.51%포인트나 낮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등 회계제도와 그에 따른 건전성 규제 강화 등으로 저축성 보험 판매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생보사들의 앞길은 지금보다 험난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수익을 얼마나 거둘 수 있느냐가 성장성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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