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429조원 규모의 2018년도 예산안 및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개혁법안 통과를 당부하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설익은 교육정책 제시에 교육현장 대립
문재인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 등 교육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현장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후퇴하고 있다.
최근 조기 영어교육의 폐혜를 근절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던 교육 당국은 16일 영어수업 금지에 대해 “1년 뒤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들의 반대에 결정을 1년 유예한 것이다.
교육부는 앞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도 1년 유예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영어·한국사·공통사회 및 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1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방안(2안)을 내놓았다가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대입절대평가와 조기영어교육은 모두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 있었던 문제다.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반발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충분한 대비책을 가지고 정책을 공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는데, 매번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 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 유예 과정에서 김 부총리는 “‘불통의 교육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거듭된 유예안에 학교현장은 정책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SNS 등에서 “설익은 정부정책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혼란을 주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대안도 없고 할 때가 됐다고 밀어붙이면 현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표적인 진보 교육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서 무조건 철회를 외쳤던 전교조는 이번 사태에 “문재인 정부에게는 무엇보다도 교육철학과 정책 방향이 담긴 선명한 청사진이 필요하며, 그 기조에 바탕 하여 개별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기풍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놓는 정책마다 반대에 부딪혀 급선회하는 모습에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과 개혁 조치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 우유부단하고 지지부진하다. 지방자치 선거를 염두에 두고서 여론 향배와 정권 지지율에 지나치게 목을 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사회 일각의 반대 의견에 직면할 경우에는 갑론을박 앞에서 좌고우면하다가 번번이 후퇴하는 무책임하고 무력한 모습을 버리고, 공론의 장에서 토론과 설득으로 정리해나가는 당당함을 보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학자로 살면서 그렸던 이상을 행정가로 현실화 하는 것은 누구나 어려운 일이다. 다만 두 번이나 큰 정책에 손대려다 후퇴한만큼,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다음 기회가 없어질지 모르니 주변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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