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임 김의겸 대변인과 오찬서
“대통령 모르는 분, 직책맡아 혼선초래”
발언 왜곡·성추문·막말…불명예 사임도
대통령의 언어는 우회한다. 대중과 만나기 전, 대변인의 입을 거친다.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의 입’이자 ‘청와대의 얼굴’로 지칭하는 이유다.
2일 공식 사임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취임 첫 인사는 “대변인의 말이 곧 청와대의 품격”이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차분한 성품에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 대변인직을 지내는 동안 청와대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후임으로는 언론인 출신의 김의겸 전 한겨례신문 기자가 임명됐다.
대통령 의중 파악이 관건
참여정부에선 언론인 대신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들이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해야 전달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의 필사’로 불리는 윤태영 대변인을 비롯해 송경희·김종민·김만수·정태호·윤승용·천호선 대변인 총 7명이다.
윤태영 대변인은 두 차례 대변인 직을 맡았으며,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쓴 인물이다. 이 중 송 대변인은 참여정부 첫 대변인으로 발탁됐지만, 잦은 말실수와 전문성 부족 논란으로 약 두 달 만에 경질됐다.
문 대통령은 김의겸 대변인과 첫 오찬에서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르는 분이 특정 직책을 맡아서 혼선이 있었다"며 인선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고 한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송 전 대변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우, 대언론 대응 능력에 무게를 두고 언론인 출신 인물을 주로 기용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이동관·김은혜·박선규 대변인, 박근혜 정부에선 윤창중·민경욱 대변인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동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외신인터뷰를 청와대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서 전달하거나, G20 유치 특별기자회견 당시 기자들에게 세종시 관련 질문은 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또 대통령의 스위스발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축소했다는 논란도 일어 ‘마사지한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그는 “조금 ‘마사지’를 하다가 그렇게 됐다”고 했다.
성추문에 말실수까지…청와대 대변인 '흑역사'
윤창중 대변인은 ‘성추문’이라는 최악의 오명을 쓰고 물러났다.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에서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그는 방미 중 주미대사관 인턴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사건을 36시간 동안 쉬쉬하다가 윤창중 대변인을 먼저 귀국시켰다. 이후 사태가 커지자 3개월 만에 경질을 발표했지만,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를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경욱 대변인은 취재진과 대화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데 대해 민 대변인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서 장관의 행동을 두둔했다.
한편 전직 언론인이 정권의 입을 맡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SNS에 “일간지 국장급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일은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 가는 격”이라며 “언론인 스스로 전문적 정체성을 망치는 일이며,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강화하고 언론직의 기회주의를 조장하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반대로 김 대변인이 2016년 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고 보도하는 등 국정농단 사태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긴밀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평도 공존한다. 김 대변인은 "제가 얼마나 문 대통령을 잘 이해하는지 모르겠으나, 대통령께서 그런 기대를 가지고 저를 임명하셨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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