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심화 현실, 친척 질문이 곧 공격
명절 연휴 청춘대피소·번개스터디 인기
취업난 심화 현실, 친척 질문이 곧 공격
명절 연휴 청춘대피소·번개스터디 인기
질문이 곧 공격이다. 감내하지 못 할 말들이 던져진다. 궁금증을 견뎌낼 여유가 없다. ‘취업하지 못했다’는 하나의 특성은 온갖 말들을 빨아들인다.
계속되는 추궁을 받아내다 보면, 온 몸에 묻은 시선을 털어낼 구석진 공간이 필요하다. 명절 친척들에게 둘러싸인 취준생 얘기다.
어제 오늘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9%에 달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은 변화는 있지만, 나날이 취업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청년들의 공통된 현실인식이다. ‘취업하지 못함’은 예외가 아닌 정상에 가깝다.
다만 주변의 반응이 그렇지 못하다. 지난 2월 8일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19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성인남녀 66.3%가 설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 대한 친척들의 잔소리(45.2%)’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취업과 관련된 잔소리 중 ‘누구네 자녀는 어떤 회사 다닌다하더라’(31.2%),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다’(26.7%)를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타까움을 건네지만, 취준생은 이해받지 못해 공허하다.
‘명절대피소’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피신하고 싶은 욕망이 모여 분명한 현상을 만들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은 명절동안 질문공세와 잔소리 폭격에 시달리던 청년들이 나만의 안식처로 향하는 모습을 그리며 ‘명절대피소’를 설명한다.
이어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책바’ 와 수면·낚시·만화 등을 즐기는 ‘힐링카페’ 등 휴식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장소를 소개한다.
모두가 대피소의 문을 열어젖히고 안락함에 젖어드는 건 아니다. 파고다어학원은 2015년 추석부터 연휴기간마다 학습 공간과 간식 패키지, 인강 프리패스를 제공하는 명절대피소를 개설하고 있는데, 어느 때나 붐빈다.
또 네이버 취업 및 공기업 준비 사이트 ‘스펙업’, 공준모(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설 연휴 기간 번개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공무원 준비생 이모(32)씨는 “시험이 바로 다음 달에 있어 연휴에만 함께하는 스팟스터디를 구했다”며 “피하고 싶은 건 사실 친척들의 시선보단 취업하지 못한 내 모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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