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70, 형님들이 본받아야 할 막내
야성과 럭셔리의 조화…퍼포먼스, 승차감 모두 잡아
야성과 럭셔리의 조화…퍼포먼스, 승차감 모두 잡아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막내 라인업이자 실질적인 첫 신차 G70이 국내 출시 5개월을 맞았다. 차량이 시장에 어느 정도 풀리고 실제 차량을 경험해본 소비자들의 평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G70를 몰아봤다.
시승 차량은 3.3 가솔린 터보 최상위 트림인 슈프림 4WD 모델로, G70의 콘셉트에 맞게 성능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기능적으로 가장 사치스런 모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에 있어 G70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차 시장 조기 안착이 G70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차명), 제네시스 스포츠를 계승한 EQ900, G80, G80스포츠와 달리 G70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처음으로 내놓은 완전히 새로운 차급의 신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G70가 출시됐을 당시 업계에서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 타깃으로 잡은 차종들이 모두 국내 콤팩트 사이즈의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던 만만찮은 상대인데다, 이들과 G70의 가격차는 최상위 트림을 기준으로 수입차 딜러의 할인 여력 이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끌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G70의 판매는 상당히 준수하다.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월평균 판매실적은 1396대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G70 출시 당시 제시한 판매목표인 연간 1만5000대(월 1250대)를 뛰어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상위 차급인 EQ900나 G80가 대형 차급에 속해 높은 가격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은데다 관용차, 법인차 수요가 받쳐주던 것과 달리 G70은 쏘나타보다 작은 차체 크기로 그랜저보다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고, 관용·법인차 수요 없이 오롯이 자체 경쟁력만으로 승부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같은 기간 독일 럭셔리 브랜드 콤팩트 세단들의 판매실적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G70가 이들의 고객층을 흡수할 정도로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준에는 이르렀다고 평가할 만하다.
G70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포티하면서도 럭셔리한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잔손질이 많이 간 디자인보다는 일필휘지로 내려 그은 직선형을 선호하지만, G70만큼은 예외로 두고 싶다.
장인이 도자기를 빚듯 섬세하게 매만진 디자인은 요즘 말로 ‘잘생김'이 흘러 넘친다. 경쟁 럭셔리 수입 차종들과 한 자리에 놓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G70 때문에 이전에 나온 형님들(EQ900, G80)이 상대적으로 빈틈이 많아 보일 정도다.
인테리어도 흠잡을 곳이 없다. 천연가죽 및 나파가죽 재질의 퀼팅 패턴 시트를 비롯, 손이 닿는 곳곳에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플로팅 타입 8인치 디스플레이 밑으로는 공조장치 및 온열시트, 통풍시트 등을 조작하는 3개의 다이얼과 입체적인 스위치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스포츠 그립 스티어링 휠은 이 차가 운전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예고해준다.
어라운드뷰 모니터(AVM),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주행 중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 에코 모드 시 특정조건에서 변속기를 자동으로 중립화해 실주행 연비를 높이는 ‘에코 코스팅 중립제어’. 전자식 변속레버(SBW) 등 고급차에 들어갈 만한 편의사양은 모두 담았다.
중요한 것은 주행성능이다. 370마력(ps), 최대토크 52.0kgf·m를 내는 6기통 3342cc 가솔린 터보 엔진에 1.6t에 불과한 공차중량은 그 숫자만으로도 이 차가 드라이버의 피를 끓게 만드는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임을 암시해준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 차에 ‘G70 스포츠’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기대만큼이나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은 환상적이다. 조금만 깊게 밟아도 뒤통수에 충격을 줄 정도로 기분 좋게 쏘아져 나간다.
넘치는 힘은 탄탄한 하체가 받쳐준다. 직선주로 고속주행이나 급커브길에서도 불안감 없이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기분이다. 낮은 시트 포지션은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을 더해준다.
고속으로 쏘아져 나가는 차체는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R-MDPS)’과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통제한다.
특히 차량이 뜸한 국도에서 신호에 걸려 멈춰있다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급가속할 때는 엔진의 모든 힘을 에누리 하나 없이 그대로 바퀴로 전달해주는 느낌이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한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시 미끄러짐 없이 동력을 최대 수준으로 이끌어내주는 ‘런치 컨트롤’ 덕이다.
가속페달에 스티어링 휠에, 심지어 브레이크까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충실히 움직여 주니 운전 재미가 쏠쏠하다.
고급차의 품위에 걸맞게 승차감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자동차의 서스펜션 튜닝에 있어 퍼포먼스와 승차감은 양립하기 힘든 요소지만, G70는 야생의 박력과 귀족의 품위를 동시에 갖췄다.
가속 센서로 주행 스타일과 도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지속적으로 충격 흡수율을 조절해주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마구 밟을 때는 탄탄하게, 정속 주행시에는 부드럽게 서스펜션을 조절해준 덕이다. 특히 후륜에 장착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G70가 운전자에 집중하느라 동승자를 등한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뒷좌석은 다소 좁다. 전체적으로 중형차 쏘나타보다 좁고, 레그룸은 준중형 아반떼보다도 좁은 느낌이다. 특히 뒷좌석 중간자리는 착좌 위치 자체가 좌우보다 튀어 나온데다 센터 터널도 높이 솟아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이 자리에 성인을 앉히는 것은 권하지 않고 싶다.
물론 G70가 자신의 좁은 뒷좌석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 차는 EQ900이나 G80처럼 뒷좌석에 앉을 누군가 보다는 앞좌석 두 사람을 위해 만든 차니.
제원표에서 3342cc에 달하는 배기량을 봤다면 연비 역시 큰 기대는 않는 게 좋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절반 정도씩 주행한 연비는 7.8km/ℓ가 나왔다. 4륜구동 19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 복합연비(8.6km/ℓ)보다 다소 낮게 나왔지만 고속도로를 마음껏 질주하고 정지상태에서 급가속도 해보고, 시내에서는 심한 정체구간도 거쳤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브랜드 출범 이전에 개발된 G80를 풀체인지해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를 상대해야 하고, 에쿠스의 향기가 남아있는 EQ900를 대신할 G90을 내놓아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에 맞서야 한다. SUV 라인업도 갖춰야 한다.
G70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첫 신차로서 성공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나올 형님들이 배울 게 많은 막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