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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기업경영에 국가개입 온당치 못해…삼성뇌물 공소 모욕적”


입력 2018.05.23 15:28 수정 2018.05.23 16:11        황정민 기자

MB 오늘 서울중앙지법 첫 심리서 모두진술 ‘혐의부인’

“다스는 형님 회사…기업인 단독으로 만난 적 없어”

MB 오늘 서울중앙지법 첫 심리서 모두진술 ‘혐의부인’
“다스는 형님 회사…기업인 단독으로 만난 적 없어”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으로 구속기소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배척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번째 정식 심리 모두진술에서 “다스는 제 형님(친형 이상은)이 만든 회사”라며 “30여년간 성장 과정에서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그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 사면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대통령 취임 후에 기업 개별 사안과 관련해 단독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도 했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으로 구속기소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다음은 이 전 대통령 모두진술 전문

저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 조사와 진술 거부하기도 하고 기소 후 재판도 거부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 앞에 맹세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저는 그것을 믿고 검찰의 기소에 대해 내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증인들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나와 함께 밤낮없이 일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이유로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법정에 불러 말하게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 불이익 될 수 있습니다. 그들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은 나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고심 끝에 그걸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변호인은 말렸지만 나는 억울함을 객관적 증거와 법리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배척해 줄 거라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내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다스 소유 문제입니다. 나는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린 게 마음에 걸렸지만 당시 회장이 부품 국산화 차원에서 한 것인데 본인이 한 것도 아니고 형님이 하는 거라 괜찮다고 하면서 정주영 회장도 양해를 했다고 하여 시작했습니다. 그 후 30여년간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를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입니다.

변호인이 설명할 테니 나는 말을 줄이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아팠습니다. 어린 시절 일용 노동자로 살면서 나는 한 달 일하고 돈 받는 게 꿈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 있을 때 어머니는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 다음에 너가 잘되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때는 모르고 대답했지만 그 말은 내 마음 속 깊숙이 박혔고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시던 날 나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사정 때문에 고등학교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만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2007년 출마 선언하면서 나는 전(全) 재산을 사회 환원해 장학사업 하겠다고 했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무릎 꿇고 기도하던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배움이 많은 분은 아니었지만 자식들에게 바른 정신 물려주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나도 어머님의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고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품은 일이 있습니다.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그러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는 등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되고 전경련 찾아가 정경유착 단어는 없어졌고 정부와 기업 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하자고 했습니다. 기업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데에만 전념해 달라 한 것도 이런 말 실천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취임 후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논하면서도 개별 기업 사안으로 단독으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출입기록 확인해 보십시오.

야당시절 서울시장으로 청계천 할 때, 4대강 때도, 퇴임 후 감사 받고 검찰 수사 받으면서도 불법 자금은 없었습니다.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고 실무 선에서의 가능성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제2롯데월드도 시끄러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본인이 청계재단 설립 때도 외부 참여를 거절하고 순수하게 내 재산 만으로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나에게 사면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입니다. 평창올림픽을 세 번째 만에 유치해서, 정치적 위험이 있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을 사면했습니다. 그래서 유치했고 지난 2월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후(戰後)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그 동안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간의 끝없는 분열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화합의 시대를 열어 서로를 인정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 앞에 언젠가는 남북의 새로운 세대가 열릴 것입니다. 나아가 통일의 시대를 여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소명입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게 전제입니다.

바라건대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 사법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공정한 결과로 평가를 받길 바랍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개인적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와 헌신하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서 참담합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선 내가 아는 바를 변호인에 말했고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말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황정민 기자 (jungm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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