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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성동일 "연기는 재밌어야…가르쳐선 안 돼"


입력 2018.06.07 09:06 수정 2018.06.08 09:33        부수정 기자

영화 '탐정: 리턴즈' 노태수 역

"출연진 제작진과 호흡 최고"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한 성동일은 "배우들끼리 호흡이 최고였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한 성동일은 "배우들끼리 호흡이 최고였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탐정: 리턴즈' 노태수 역
"출연진 제작진과 호흡 최고"


배우 성동일(51)의 집에는 TV가 없다. 성동일은 자기가 나온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도, 최근 출연한 '라이브', '미스 함무라비'도 안 봤다. 배우들이 으레 하는 모니터도 하지 않는다. 배우는 찍는 사람이지, 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나름의 연기 철학을 지닌 성동일은 그간 '일상과 밀착된 인물'을 연기해왔다. 어느 작품에서든 자기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평소 인터뷰를 좀처럼 하지 않는 그는 영화 '탐정: 리턴즈'로 여러 언론과 만났다.

3년 만에 돌아온 '탐정: 리턴즈'는 탐정사무소 개업 후 첫 공식 사건을 의뢰받은 추리 콤비 강대만(권상우)과 노태수(성동일)가 미궁 속 사건을 해결하며 벌어지는 코믹 범죄 추리극이다. 2015년 개봉한 전편 '탐정: 더 비기닝'은 26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이번 편은 언론의 평가가 좋다. 권상우, 성동일의 케미스트리가 시종일관 빵빵 터진다.

지난달 31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성동일은 "남 앞에서 연기론을 얘기하는 게 부끄럽다"며 "그래도 주연을 맡았으니 해보자 해서 하게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맨정신에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했어요. 집사람이랑도 맨정신에 얘길 못하는데 하하. 나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서 그간 인터뷰를 하지 않았죠."

그는 "어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며 "배우들끼리 호흡이 최고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편은 첫날 5만 관객을 찍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3편 가능성에 대해선 "소소한 이야기와 재미로 한 번 더 하고 싶다"며 "이번 영화가 500만명을 동원한다면 소원이 없겠다. 관절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가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조인성은 탐정 3를 위해 아껴두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한 성동일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한 성동일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가장 고민한 부분은 탐정이라는 소재다. 사법권, 체포권이 없는 데다 총기 소지도 안 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액션의 한계가 있어서 몸으로 뛰어다녀야만 했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정말 고민했어요. 그래도 느닷없는 전개가 없어서 좋았어요. 편집이 잘 된 덕에 스피디하고 깔끔한 영화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천만다행이죠."

'탐정: 리턴즈'는 오락물로 손색없다. 어딘가 부족한 강대만, 노태수, 여치 세 캐릭터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셋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나온다.

애드리브는 리허설 때 준비한다. 0.5초를 빨리 치느냐, 늦게 치느냐의 문제인데 쉽게 치지 않는 게 나름의 철칙이다. 애드리브도 상대방과 극의 특징, 상황을 가면서 한다.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엔 애드리브가 하나도 없어요. 대본에 나온 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했습니다. '응답'은 제 맘대로 했고요. 하하. '리턴즈' 때는 배우와 상황을 보고 했지요. 광수가 쓰러지는 장면, 상우와 함께한 똥기저귀 등이 대표적이죠. 애드리브는 전체 흐름을 벗어나선 안 돼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배우는 현장에서 술 마시고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술을 전혀 못하는 권상우는 1편 촬영 당시 성동일에게 먼저 다가와 술을 권했다. 선배를 맞춘 거다. "술을 입에도 안 대는 애가 그때 술을 많이 마시는 걸 보고 선배인 나보다 마음을 먼저 열었다는 걸 았았죠. 나보다 훨씬 나은 배우라고 느꼈어요. 이후 상우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성동일은 자신을 관리직 배우라고 했다. 현장을 어우른다는 거다. 실제 현장에서 제작진, 배우들은 성동일 방에 모여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단다. 이렇게 해서라도 모여서 조금이라도 연기 얘기를 한다. "배우만큼 좋은 직업도 없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받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스태프예요. 배우는 스태프에게 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 스태프, 배우들과 모여서 함께하는 걸 좋아합니다. 내 나이 또래 배우들마저 사라져 버린다면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거든요."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한 성동일은 "누굴 가르치려고 연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한 성동일은 "누굴 가르치려고 연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는 게 유일한 스포츠다. 이번 영화는 전편에서 함께한 스태프와 함께했다.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다. "척하면 척하니까 촬영이 빨리 끝났죠. 케미도 최고고. 부모 성이 다른 애들끼리 모여가지고...하하. 영화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애주가인 만큼 집에는 전 세계 술이 다 있다고. 동료들이 와서 술 파티하는 게 너무 좋단다.

이언희 감독과는 첫 호흡이다. 그는 "감독은 전체를 어우르는 사람인데 그걸 잘 했다"며 "모든 스태프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다해줬다"고 했다. 이어 "사건을 진중하고, 진정성 있게 바라보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빨간 양말'을 맡으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뉴하트'(2007), '추노'(2010), '응답하라 시리즈', '아빠! 어디가?', '갑동이'(2014), '괜찮아 사랑이야'(2014), '디어 마치 프렌즈'(2016), '푸른 바다의 전설'(2016),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라이브'(201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코믹이면 코믹, 정극이면 정극. 못하는 게 없다. '믿고 보는 배우'다. 배고팠던 시절 잠을 못 잘 만큼 바쁘게 지내는 걸 꿈꾼 그는 결국 소원을 이뤘다. "연기가 간절해지면 돼요.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된 집을 사고, 가족들이랑 주말에 생선구이 집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참 좋아요. 돈은 정당하게 벌어야 합니다. 받는 만큼 해야 하고요. 미안해서라도 그래야죠. 스태프들에게 고마워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 늦으면 안 됩니다. '성동일 선배'가 있다고 단톡방에 뜨면 다들 빨리 오더군요(웃음)."

후배들의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연기 잘해요?"다. 그의 답은 간단하다. "누굴 가르치려고, 계몽하려고 연기하면 안 된다.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연기해라. 그럼 된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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