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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대출금리 점검…도넘은 '은행 때리기'


입력 2018.06.25 06:00 수정 2018.06.25 07:02        이나영 기자

금감원, 소득 줄이고 담보 누락 등 불합리한 금리 산정 사례 적발

은행들 “적발 사례 건수 등 핵심 내용 빠져…불신만 키우는 꼴” 지적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발표하자 은행들이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발표하자 은행들이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부당 이자부과 사례 건수가 공개되지 않았고 고의인지 단순 직원의 실수인지 등도 언급되지 않는 등 검사 결과의 알맹이가 빠져 있어서다. 특히 검사 결과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의 분노만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2~3월에 진행한 9개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부산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 검사 결과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검사 결과 이들 은행에서 금리를 매기거나 불합리한 근거로 대출자에게 더 높은 이자를 부과한 사례가 적발됐다.

A은행은 대출자의 소득 정보를 실제보다 적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처리해 이자를 부풀렸고 B은행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금리를 산정해 놓고도 임의로 최고금리를 물렸다.

시장 상황이나 경기 변동에 따라 재산정해야 하는 가산금리 항목을 그대로 유지해 더 높은 이자를 물리거나 합당한 근거 없이 인상하는 은행도 있었다.

또한 대출자가 소득인상이나 신용등급 상승 등을 근거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그동안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슬그머니 축소한 사례도 적발됐다.

은행권 내에서는 알맹이 빠진 검사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당 이자부과 사례가 총 몇 건인지와 어느 은행인지 등 핵심 내용이 빠진 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규정상 검사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해당 은행의 실명을 공개 하기가 어렵다며 A은행, B은행 등으로 언급했다. 또한 부당하게 금리를 올려받은 사례가 총 몇 건인지, 이자를 더 내야 했던 소비자가 몇 명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은 높은 이자를 수취한 이 같은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은행이 자체조사 후 환급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다 은행이 이익을 챙기기 위해 고의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금리를 인상했는지 아니면 단순 직원의 실수인지 등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은행이 단순 직원의 실수인 지 등 의견서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고 적발 건수에 대한 언급도 없다”며 “고의가 아닌 담당자 실수 등으로 일어난 몇 건의 사례일수도 있는데 마치 은행 전체가 그런 것처럼 비춰지게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고객들이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에서 대출금리 쇼핑을 할 수 있다”며 “소득과 담보 등을 은행들이 고의로 누락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발표가 금융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고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작 사태와 관련해 기관 전체가 아닌 개인 차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가 된 은행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혼란이 더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행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금감원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개별 대출 창구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어떤 은행인지 밝히지 않아도 되지 않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받은 사례를 수천건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감원은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단순 실수보다는 고의나 시스템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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