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폴리Talk] 김병준 "한국 보수, 박정희 향수·자유시장 가치 혼재돼 위기"
한국당 혁신 '메스' 쥔 김병준 비대위원장 인터뷰
"박정희 노스텔지아, 자유시장주의 모두 보수라고 해"
자유한국당 혁신의 ‘메스’를 넘겨받은 김병준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보수의 정체성부터 정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대한민국 보수의 상징이었던 '박정희 성공신화'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보수 안에는 박정희식 국정운영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박 전 대통령 성공신화에서 인정할 건 해야하지만 이젠 방향성을 새롭게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국회의원 교체 등 이른바 ‘인적청산’은 한국당에 새로운 가치를 정립한 뒤에야 의미가 있다고 봤다. 보수정당의 미래 비전을 찾기 위해 원내 모두와 치열하게 토론하겠다고 했다.
Q. 보수의 현 상황, 어떻게 진단하시나.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이 있다. 대한민국 보수 안에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노스텔지아(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성공신화를 높게 평가하고 박 대통령 스타일의 국정운영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혀 반대로 자유시장 경제론자도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다. 서로 양 극단인데도. 그러니 보수가 과연 서로 어떤 보수를 이야기하는지조차 혼돈이 생길 정도로 정체성이 불확실하다. 이거 자체가 위기다.
Q. 해결 방법은.
보수 정체성부터 정리해야한다.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박정희 대통령 성공신화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보릿고개를 넘게 한 공로가 있다, 이후에 세상이 바뀌었으니 국가 운영체제를 바꿔야하고, 그 방향성이 어딘지 새롭게 접목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의 의미도 새롭게 정립된다.
Q. 한국당 위기도 같은 맥락인가.
깃발이 확실해야 한다. 명동에 가면 여행 가이드들이 깃발이든 뭐든 들고 있지 않나. 그러니 여행객들은 저 깃발을 따라가면 된다는 게 있는데, 지금 보수는 새로운 비전이나 가치가 없다. 깃발 자체가 흐릿해서 잘 안 보인다. 새 비전으로 기치를 분명히 해야 그 다음에 그 깃발을 따라가든 말든 한다. 현재 한국당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Q. 인물 교체도 필요하다 보시나.
사람만 바꿔선 안 된다. 한국 정당들의 인적 교체율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제일 높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사람을 바꾸는 잣대가 먼저 분명히 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사람이 와서 당이 달라지고 인적청산도 의미가 있다. 한국당에 비전과 철학을 정립하고 기치를 세우는 게 내가 첫 번째로 할 작업이다.
Q. 가치 정립은 어떻게 해 나가실 건가.
지금 한국당 강령에도 좋은 말들이 많다. 문제는 그걸 소수의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거다. 그래선 안 된다. 모두가 토론에 참여하고 같이 만들어야 체화가 된다. 그동안은 구청에서 개혁안을 낼 때 모 대학교 연구소에 용역 주는 거랑 같았다. 용역으로 만들어진 개혁안을 구청장이 쥐게 되니 나머지 구청 공무원들은 개혁의 대상이 될 뿐이다. 반대로 공무원들을 둘로 나눠서 숙의민주주의 형태로 토론해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어떨까. 그 아이디어 낸 걸 조합해보니 모 대학 연구소에서 나온 개혁안과 비슷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참여해서 낸 거니 개혁에 동참한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게 체화다.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Q. 민주당의 성공 요인은.
소위 진보 정치권은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권, 상생, 평화, 환경 등의 가치를 점유했다. 그 가치를 실현할 만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상생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모순 등으로 상생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평화도 마찬가지다. 평화는 국민이 잘 살기 위한 거 아니겠나. 그런데 평화를 말하면서 전략은 없다. 남·북한이 서로 오가게 되면 남쪽의 제조업은 저렴한 북쪽으로 간다. 북한 노동자는 남쪽으로 내려올 거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평화는 자본을 가진 사람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저임금 근로자는 더 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평화에 맞는 산업전략이 같이 준비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반면 한국당은 어떤 가치를 점유하고 있나. 떠오르는 가치적 이미지가 없다. 조국근대화와 안보제일주의 이후에 없어졌다. 상대방이 평화를 이야기하니 안보 가치도 무너졌다. 철학 없이 비판을 하다 보니 잔소리로 들리고 젊은 세대에겐 안받아들여지는 거다.
Q. 여의도연구원 혁신도 생각하시나.
어려운 과제다. 당 재정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거대정당은 마치 돈이 많이 있는 것처럼 보도된 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재정이 안 좋다 보니 인적 자원을 투입할 여건도 아니다. 어쨌든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싱크탱크로 키울 생각이다. 어떻게 세울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은 나랑 생각이 유사하고 다른 의원들을 잘 아는 김선동 의원을 연구원장에 앉혔다. 정책위원회와도 연결이 잘 될 거다. 부원장은 정책전문가를 모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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