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석탄 원산지 위장논란…러시아 정부는 수수방관?
러시아 무역업체, 석탄 원산지 전문적 위장…외무성 입장은 ‘애매모호’
전문가 “미·러 지역패권 투쟁에 대북제재 구멍 계속 커질 듯”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로 원산지를 속여 국내에 반입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의 입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반기를 들어온 러시아 정부가 북한 석탄의 원산지가 위조되는 과정을 수수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 중국 단둥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나홋카항에 도착하면 '그린위치'라는 러시아 무역회사가 빈틈없는 원산지 위조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석탄을 실은 선박이 도착한 시간과 머무는 시간, 하역량, 석탄의 품질까지 분석한 자료를 담은 위장 서류를 제공하고 수수료로 톤당 2달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 석탄 논란을 둘러싸고 러시아가 수시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일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계기 개최된 한러·한일 회담에서 “미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상 금수 품목인 북한산 물품의 환적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 한국에서 이같은 문제가 있지 않았나”고 애매모호하게 언급 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제재를 ‘해롭다’고 규정하며 과거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석탄 원산지 위조 행위를 방관 한 것 아니냐는 정황적 의심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따른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 "미국의 도발적인 행동 역시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화살을 미국에 돌렸고, 지난 7일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재개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지난 2일 외신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노동자 신규 고용이 금지된 이후에도 러시아가 1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대북 최대압박의 뒷문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 성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지역패권 장악 투쟁 차원에서 북한 석탄 문제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대북제재 균열 확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성훈 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자신들의 지역에 적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중장기적인 전략이 있다”며 “지금까지 제재에 반기를 들었던 태도로 볼 때 북한 석탄 위조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부수적인 문제다”며 “북한을 이용해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이 이들의 주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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