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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시그널-하] 경제인식 안일한 정부…골든타임 놓칠판


입력 2018.08.10 06:00 수정 2018.08.10 06:06        이미경 기자

소득주도 성장정책 여파…임금 올랐지만 고용 줄어

전문가 "기업이 투자와 고용확대하도록 유도해야"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하는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가 시행된지 1년이 넘었지만 경제성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청와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하는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가 시행된지 일년이 넘었지만 경제성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올해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9%로 낮췄다. 내년성장률도 올해 기존전망 대비 0.1%포인트 낮춘 2.8%을 제시했다.

당초 3%대 성장률을 자신했던 정부가 스스로 눈높이를 낮춘데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내수경기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내외 이벤트만으로 경제가 주춤하다고 보기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재분배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 시행을 본격화하고, 투기억제 정책을 위해 8.2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신재생에너지로의 변환 초석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고 대기업의 갑질 관행에 제동은 걸기위한 재벌개혁 등을 시행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J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80%에서 50%대로 추락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8월 둘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1%포인트 떨어진 5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알앤써치 정례여론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저치다.

남북관계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혁신성장을 주도했던 문 정부가 지지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경제정책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부정적 평가 원인을 안일한 경제부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 1년 성적표, 일자리 쇼크로 낙제점

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최근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증가가 아닌 둔화흐름을 보이고 있고 고용 하락으로 이어지며 경기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어서다.

당초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임금소득을 올리고 고용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장기적 과제인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를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한국경제 곳곳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정책으로 최저임금은 오르고 임금근로자의 가계소득이 늘어났지만 취업자 수는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금융위기 이후 8년만에 최저치로 내려가며 정책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년전 정부가 취업자 32만명을 목표치로 제시하며 일자리 정부를 주창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물가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신고가 늘고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세청이 조사한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업종이 꾸준히 줄었다. 과세 당국에 폐업 신청을 한 폐업자는 지난해 90만8076명으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90만 명을 넘어섰다.

실질적인 고용 확대는 커녕 일자리 쇼크라는 낙제수준의 성적표로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가 반드시 가야할길인 것은 맞지만 허약한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에서 너무 성급하게 이뤄진 것이 문제"라며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도 문제지만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경정예산 만으로 분위기를 반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고 결국 기업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고용확대 유도 정책 필요

정부에서 추경 확대를 통해 일자리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이 없으면 소득주도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임금이 낮아 인도적 관점에서 임금을 올려야한다면 이해할수 있지만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면서 급격하게 상승시켜야하는 문제는 아닌만큼 복지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진단했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야하는데 기업들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대한 규제의 족쇄를 풀어줘야 투자가 늘면서 고용도 확대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가 조사한 보고서 결과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 노무환경, 세무환경, 규제환경이 시급해게 해결해야할 중점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노동시장 탄력성과 규제, 법인세 등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최근 부정적인 경제상황을 인식한 정부가 경기활성화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완화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며 규제혁파의 첫 행보를 이어갔다.

기업들도 곧바로 화답하며 투자 계획을 줄줄이 발표했다. 삼성이 초대형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현대자동차와 SK, 신세계 등 주요 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확대에 나설수 있는 환경조성을 정부가 마련해줘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현재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 상승 정책을 쓰다보니 기업들 입장은 추가적인 투자나 고용을 하려는 부분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실제 정책은 현실적 요건을 고려해서 진행해야하는데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방향은 불확실성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 교수는 "기업환경에서도 필요한 규제가 분명 있지만 규제를 합리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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