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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치매보험? 누구냐 넌…변종 보장성보험 영업 주의보


입력 2018.08.17 06:00 수정 2018.08.17 06:12        부광우 기자

"낸 보험료 1.5배로 돌려준다" 환급금 두고 적금인 냥 현혹

보장성 상품 판매 경쟁 속 불완전판매 위험 내몰린 소비자들

보험 영업 현장에서 변종 보장성 상품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가입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환급금을 적금처럼 위장한 소위 저축치매보험이라는 정체불명의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 영업 현장에서 변종 보장성 상품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염려하는 고객들이 늘자 가입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환급금을 적금처럼 위장한 소위 저축치매보험이라는 정체불명의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장성 상품을 팔기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애먼 소비자들만 불완전판매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설계사 등 현장 영업 조직 모집인들이 치매나 간병에 드는 비용을 지급하는 보장성 보험을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이를 판매하는 보험 설계사들 가운데 일부는 치매·간병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사실상 저축을 든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로 치매나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등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에 따른 부담과 간병 비용 등을 보장해주는 권유하면서 나중에 낸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은 해당 상품에 가입한 지 40~50년이 지나면 납입한 보험료의 1.5배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노인성 질환의 위험이 적은 40세쯤에 이 같은 상품에 들면 80세 정도까지 관련 보장을 받을 수 있고, 이후에는 그 동안 보험료보다 큰 금액을 탈 수 있으니 저축치매보험이라는 것이다.

치매·간병보험을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서울 시내 도로변 현수막(위)과 인터넷 블로그 화면 캡처(아래).ⓒ데일리안

하지만 치매보험 상품은 어디까지나 보장성 보험일 뿐 저축성 상품은 아니다. 나중에 저축에 든 것처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돈은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환급금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높은 환급률 역시 계약 당시의 예시에 따른 것일 뿐 가입 기간 중 실제 보장 발생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내왔던 보험료보다 적어질 수 있다. 맡긴 돈에 정해진 이자를 꼬박꼬박 붙여주는 은행 적금과는 아예 다른 구조라는 의미다.

아울러 치매보험의 환급금이 비교적 많은 것은 그 만큼 보장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통상 이런 상품들은 중증치매만 보장하고 국내 치매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증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준비금을 적게 쌓아도 되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급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환급금이 저축의 개념도 아닐뿐더러 그 액수가 크다는 것은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힘든데 따른 반대급부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저축치매보험이라는 표현만 믿고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로서는 생각과 달리 적금 효과도 제대로 못하면서 기대했던 수준의 보장도 받기 힘들 수 있다. 이는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불완전판매의 전형이다.

더욱 문제는 보험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보장성 보험 판매에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저축치매보험의 사례처럼 보장성 상품을 저축성 보험처럼 눈속임 해 영업에 나서는 일이 확산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이 근래 보장성 상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는 배경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회계에서 보장성 보험은 판매 첫 해 보험사에게 손해를 발생시키지만, 2021년 IFRS17가 시행되면 거꾸로 처음부터 이익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환급금 없이 보장만 받을 수 있는 순수 보장성 보험보다는 나중에 낸 보험료를 회수할 수 있는 상품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면을 노리고 보험 설계사들이 간병보험이나 치매보험 등 보장에 초점을 맞춘 보험을 저축이나 연금 상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본인의 가입 목적에 맞는 보험인지 제대로 확인한 후에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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