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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블루오션' 희귀·난치성 치료약 도전하는 제약사들


입력 2018.10.31 06:00 수정 2018.10.31 06:09        손현진 기자

희귀질환 치료약, 희소성 높아 '블루오션' 꼽혀…앞다퉈 개발

개발 앞당길 오픈 이노베이션도 진행…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제36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이 '포지오티닙' 등 희귀의약품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미약품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희귀질환 의약품은 대상 환자가 극소수인 데다 개발 난이도도 높지만, 개발에 성공할 경우 독점 공급을 통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어 '블루오션' 영역으로 꼽힌다.

31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매년 11.1% 성장해, 2022년에는 약 2090억달러(약 23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극소수 환자에 투여된다는 희소성 때문에 약물 가격이 대체로 비싸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제 개발을 지원하는 희귀의약품 지정(ODD·Orphan Drug Designa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정 치료제가 ODD 승인을 받으면 개발자에게는 임상 승인 및 허가 기간 단축, 전문의약품 허가 신청비 면제, 세금 감면, 7년간 독점권 인정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국내 일부 제약사들은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ODD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한미약품의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글루카곤 아날로그(Glucagon Analog·코드명 HM15136)'와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 간암·뇌종양에 효능이 있는 녹십자셀의 '이뮨셀-엘씨' 등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미국 외에도 나라별 희귀의약품 지원 제도에 힘 입어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종근당은 자율신경계 문제로 발생하는 '헌팅턴 증후군' 치료제 CKD-504 임상 1상을 미국과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헌팅턴 증후군을 겨냥해 혁신신약을 개발해내겠다는 포부다.

한미약품은 유전자(엑손20) 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 치료약 포지오티닙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임상 2상 결과에서 포지오티닙은 EGFR 엑손20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부분반응률(PR) 55%,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 5.5개월을 나타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엑손20 변이가 나타난 폐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은 현재까지 개발된 사례가 없어 포지오티닙이 해당 질환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왼쪽)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지난 6월 18일 경기도 용인의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희귀의약품 연구개발 협력 내용의 MOU를 맺었다. ⓒ각 사

치료약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2개 이상의 제약사가 역량을 합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도 이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의 다케다와 함께 급성 췌장염 신약 'SB26'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지난 8월 임상1상 개시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희귀질환의 일종인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라리스' 바이오시밀러 'SB12'의 글로벌 임상에도 돌입한 바 있다.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지난 6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우선 희귀 유전성 질환인 '고셔병'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간과 비장 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킨다. 국내 환자 수는 70명, 전 세계 환자 수는 650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는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의 희귀약 개발 노하우에 유한양행의 신물질 합성 기술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희귀질환 범위를 지금보다 100개 많은 927개로 늘리고,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는 '희귀질환 지원대책'을 지난달 13일 발표했다. 그동안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던 희귀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진단·치료 지원 및 의료비 부담 경감 등 희귀질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년부터 확대되는 희귀질환 범위에는 작년 8월부터 복지부가 환자와 가족, 환우회,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발굴한 100개의 희귀질환이 새로 추가된다.

환자가 의료비의 10%만 내도록 적용되던 산정특례 범위도 기존 827개 희귀질환에서 100개 더 넓어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희귀의약품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들의 지향점은 어디까지나 글로벌 시장에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품 단가가 높다고 해도 희귀질환의 특성상 국내 수요로만 수지를 맞추기는 어렵고,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까지 필요해진 탓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은 마진으로 약을 싼 값에 공급하는 것보다 단 하나를 팔아도 고가에 판매하려는 것"이라며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가 국내에서는 수 명에 불과하더라도 전 세계로 보면 그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복제약 등으로 무한정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게 아니라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잡았다"며 "언멧니즈(unmet needs·미충족수요)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옥석 가리기가 이제는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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