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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박김 '음모론'…고용세습·권력세습, '국민의 눈물'되나?


입력 2018.11.26 06:00 수정 2018.11.26 10:26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미·북 협상은 답답, 경제 끝없는 ‘악화일로(惡化一路)

민주당, 차기 정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차기주자 군(群)이 필요

<김우석의 이인삼각> 미·북 협상은 답답, 경제 끝없는 ‘악화일로(惡化一路)
민주당, 차기 정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차기주자 군(群)이 필요


지난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세종로소공원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 과 경선후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드디어 ‘고용세습 국정조사(이하 국조)’에 여·야가 합의했다. 이로서 정기국회가 정상화됐고, 여야는 바로 예산안 심의에 돌입했다. 그런데,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고용세습 국조’가 ‘박원순 시장 국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실지로 박 시장 측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생활적폐’를 척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해지고 바로 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다음 차례는 박 시장이라고 비아냥거린 후라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청와대도 야당의 국조요구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북간의 북핵협상은 답답하기만 하고, 경제는 끝도 없이 ‘악화일로(惡化一路)다. 안보와 경제가 동반위기니 지지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이 뼈아팠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청년층이 등을 돌리면, 바로 레임덕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절망하는 젊은이들을 달래려면, ‘고용세습’ 문제를 정식으로 다룰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각광을 받던 이재명 지사도 ‘고난의 계절’을 맞고 있다. 승승장구하며 거침없던 모습은 간데없다. 무리하게 여유있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사이다발언’은 고사하고 말을 특별히 아끼는 것을 보면 긴장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일생일대의 승부처다. 위기이자 기회인 것이다. 완전히 사회에서 매장되고 정계를 떠나든지, 살아있는 권력의 저항을 뚫고 차기주자로 우뚝 서든지 기로에 서있다. 이를 직감한 이 지사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모험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채용비리’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고용세습이 이렇게 뜨거운 상황에서 그 불길을 최고권력자의 가정으로 돌리는 것이다. 역린(逆鱗)이다.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엄포인 듯 하다. ‘혜경궁 김씨’로 패러디된 ‘혜경궁 홍씨’는 남편 사도세자의 죽음을 용인하고 아들 정조를 왕위에 올려놓았다. 아들과 남편 중에 아들을 선택한 것이다. 그 정도로 자식은 가장 소중한 대상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가장 민감한 대상을 건드렸다는 것은 “‘아판사판’ 겨루려면 한번 해봐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집권세력과 사정기관은 머뭇거리지 않을 기세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지사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도 통하는 모습이다. ‘비문’이고 ‘비호남’이다. 박 시장과 이 지사가 친문에 호남이었으면 과연 그랬을까? 임종석 실장이나 김경수 지사였다면? 조국 수석도 마찬가지다.

친문, 호남 차기 대선주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이들은 호남결집의 결과로 차기주자 여론조사에서 상위 지지율을 유지한다. 친문 핵심이니 ‘문팬’ 등 온라인 지지도 만만치 않다. 온-오프라인 여론의 기득권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힘을 갖고 있지만, 좀 지나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들도 위험해 진다. 힘이 있을 때 곁가지들을 쳐내야 차기를 편하게 도모할 수 있다. 꼭 그들의 생각이 아니라도 지지층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비문, 비호남인 안희정은 사생활 때문에 낙마했으니 ‘손안대고 코푼 샘’이다. 만약 친문, 호남이었으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박원순 시장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조합 가두집회에 참석했다. 탄력근로제는 현정부에서 경제위기를 피해가고자 하는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자 편에 섰다. 고용세습 문제가 이슈가 됐지만, 청와대는 이 부분이 더욱 불편했을 것이다. 다음 차례가 이재명 지사다.

이재명 지사의 당직과 관련 친문 당원들은 아우성이지만, 당 지도부는 신중하다. 새로운 당·청갈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청와대는 ‘현재권력’이고 이를 최대한 지속시키고 싶어 한다. 당연히 차기주자 논의는 불편하다. 지지자와 사정기관이 껄그러운 차기주자들을 공격하면 굳이 말릴 이유가 없다. 반면 당은 차기 정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차기주자 군(群)이 필요하다. 친문, 호남 순혈주의로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그들이 대세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 조건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다른 유전자의 후보군을 살려두어야 한다.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 대해 ‘정무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정치인이다. 게다가 자신이 ‘친노’이긴 하지만 ‘친문’은 아니고(부지불식간이라고는 하니만 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 칭한 것은 간과하기 힘든 대목이다), 더더욱 호남출신이 아니다. 이해찬 대표는 ‘정권재창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당은 유전자(알)고 청와대는 개체(닭)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서 당은 달걀이 먼저라고 할 위치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현재의 정책을 거론하며 부딪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니 차기 대선주자를 육성·관리하는데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차기권력의 카드들이 하나 둘 낙마하니 곤혹스런 입장일 것이다. 게다가 그런 카드가 살아 있어야 자신도 대권의 기회를 볼 수 있고, 아니라도 킹메이커가 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지 않은가.

어떤 이들은 지금의 여권을 ‘친문 대 비문’의 격전으로 본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투쟁이고, 당과 청와대의 필연적인 갈등으로 본다. 그래서 우려스럽다. 박근혜정부 ‘폭망’의 기시감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당을 무시하고 차기주자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니 여당이 반목하고 반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그렇게 가고 있다. 비문, 비호남 차기 후보들을 모두 낙마시키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 당은 조금 힘이 떨어지면 여당은 당연히 청와대에 반기를 들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친문직계들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에 영향을 끼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심해질 것이고 민심은 여당으로 부터 돌아설 것이다. 친문직계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다 해도 그렇게 입성한 친문의원들이 계속 친문일 것으로 장담할 수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실패에서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 교훈에 의하면 다음은 ‘국가적 대혼란’이다. ‘이게 나라냐’며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다시 그 일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않으면 결국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적장자 상속이 신앙시 됐던 조선시대에도, 26번의 왕위 계승 중 장자 승계가 7번뿐이다. 이중 적장자 승계는 6번 밖에 없았다. 하물며 선출된 권력이겠는가? 민주사회의 권력은 세습되거나 승계되지 않는다. ‘고용세습’에 대해서도 저렇게 난린데, 권력이겠는가? 현정권의 실세들과 지지자들은 ‘나는 아니겠지’라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 ‘후회의 눈물’이 ‘국민의 눈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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