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조사단, 열악한 실태 봤을까…北 '나라의 동맥' 왜 방치했나
남북철도공동조사 남측대표단 오후 귀환… 8일부터 동해선 구간 조사
“철도 수준 굉장히 심각”…“체제지속 정치적 목적 우선한 결과”
남북철도공동조사 남측대표단 오후 귀환… 8일부터 동해선 구간 조사
“철도 수준 굉장히 심각”…“체제치속 정치적 목적 우선한 결과”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위해 북측 경의선 구간을 점검한 남측 조사단이 5일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의 열악한 철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철도법은 제1장에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자 인민경제의 선행관이다”며 “투쟁을 통해 쟁취한 혁명의 고귀한 전취물이다”고 명시하는 등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의 철도 시설은 전반적으로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 산학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철도 협력 사업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북측에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 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에서 “북한의 철도 상황은 굉장히 심각하다”며 “일제시대에 놓아진 상태라 보수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양 이후 노선은 시속 50km 정도 되고,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시속 20km의 속도”라며 “자본·기술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북한인프라연구센터장은 관련 보고서에서 “시설물 전반이 심각하게 노후화돼 표정속도 저하, 정시성 하락, 잦은 탈선사고 등으로 이어지고 전력 공급도 부족해 정상운행에 큰 제약을 주고 있다”며 “신호·통신의 현대화 수준이 낮아 안전운행과 운행 효율성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환담 자리에서 “북한에 오시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북한의 열차 사정에 대해 실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북한의 철도 건설, 1900∼2015: 산업화와 장기 경제침체에 대한 함의’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1945년 이후로 철도 부분에 거의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아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철도사업이 정체된 원인을 설명하는 가설 4가지를 설명했다.
우선 북측이 철도 건설이 실질적으로 필요하지 않았다는 가설이 제기된다. 해방 이전에 주요 구간에 철도가 대부분 건설돼 있어 대대적으로 노선을 추가 건설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970년대 북한과 경제력이 비슷했던 남한은 철도 건설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며 “북한이 경제성장에 맞는 충분한 수준의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다”고 반론했다.
북한 당국이 철도 대신 다른 방식의 중장거리 교통망을 구축하려고 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고속도로, 자동차, 항공운송 등 교통망 확충에 집중한 탓에 철도 투자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도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1945~90년 기간 동안 북한 화물 수송의 90%, 여객 수송의 70%를 철도가 담당함으로써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북한이 철도 건설을 대대적으로 실행할 만한 재원을 갖추지 못한 탓이라는 가설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6.25전쟁 이후 소련과 중국 등으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원조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재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보유한 재원을 다른 분야에 치중에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반론이다.
이어 김 교수는 근대의 경제 성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이해가 부족했거나, 이해가 있었더라도 사회주의식 경제발전과 방향이 달라 철도 건설을 도외시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북한 당국은 근대적 의미의 경제성장보다는 전쟁이나 대외적 단절로부터 생존하는데 효과적인 경제체제 구축을 지향해왔다”며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고 지역 간 물자 및 인구 이동을 통제하려고 한 것이 철도에 대한 소극적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의 소극적인 철도 투자는 체제의 생존·지속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우선한 결과였다”며 “이는 북한경제가 근대 경제성장의 길을 걷지 못하고 장기 침체로 빠져들게 한 원이이자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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