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드루킹에게 도와달라 한 근거 없다" 주장
정작 판결문엔 "金, 자기 인터뷰 드루킹에 전송"
받은 드루킹 "선비""동안" 낯뜨거운 댓글 작업
민주당 '김경수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 열어
"지선 드루킹에게 도와달라 한 근거 없다" 주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방선거 반 년여 전에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드루킹(김동원)에게 전송해 '댓글 작업'이 이뤄졌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이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련해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무죄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다.
민주당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사법농단·적폐청산특위 주최로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재정 의원이 사회를 맡은 이날 간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서 "피고인(김 지사)이 여론조작 등을 이용해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김동원(드루킹)에게 부탁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김동원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성 있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특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1심 판결의 구체적 문제점'이라며 "선거운동과 관련해 지방선거 1년 전까지 확장해서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시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지방선거 1년 전의 행위에 대해 '선거운동에 즈음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장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날 간담회에서 주장한 내용은 △김경수 지사가 자신의 지방선거를 여론조작 등을 이용해 도와달라고 드루킹에게 부탁했다는 근거가 없다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지방선거 1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행위라는 항변으로 압축할 수 있다.
정작 판결문엔"金, 자기 인터뷰 드루킹에 전송"
받은 드루킹 "선비""동안" 낯뜨거운 댓글 작업
하지만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판결문을 '분석'한다는 이날 민주당 간담회에서 나온 주장들은 모두 판결 내용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 101페이지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방선거 약 8개월 전인 지난 2017년 10월 1일 '중앙SUNDAY'가 "곪은 건 도려내야 새살 돋아…美도 우리가 운전석 앉길 원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자, 해당 인터뷰의 네이버 뉴스 URL 주소를 드루킹에게 전송했다.
"기사 잘 보겠다"고 답한 드루킹은 곧바로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통해 '댓글 작업'을 벌였다.
당시 드루킹 측이 '댓글 작업'을 한 댓글을 보면 "경수형 50…진짜 동안이다. 다음 민주당 대선주자 했으면 좋겠다"며 "김경수 의원 진짜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댓글에 55개의 공감을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찍어 공감순 최상위권으로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파이팅,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전진하자"며 "김경수 차세대 정치인 짱"이라는 댓글에도 55개의 공감이 '작업'됐다.
"반듯하다. 선비 같다는 생각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논두렁 청소하는 사진 볼 때부터 들더라"며 "노 대통령이 앞날이 구만리 같은 사람을 촌구석에 잡아두고 있다고 했다"는 댓글에는 34개의 공감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네이버 뉴스의 댓글란 시스템상 일찌감치 '공감순' 최상위를 장악한 댓글들은 후속 공감을 불러오면서 상위권에서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로 돼 있었다. 드루킹 측이 작업한 댓글들은 이후 수백 개의 추가 공감을 얻으면서 '순공감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지금 현재에도 해당 기사 네이버 뉴스 페이지 댓글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은희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바른미래당 김경수·드루킹 댓글조작 대책특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해 민주당이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까지 열었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김 지사가 본인 인터뷰 기사까지 드루킹에게 전달해 댓글조작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드루킹이 '작업'을 한 댓글을 보면 '대선주자''차세대 정치인'과 같은 정치적 긍정 댓글 뿐만 아니라 '동안''선비'로 외모를 칭찬하거나 성품을 찬양하는 등 '김비어천가' 수준의 띄워주기 댓글"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관련 김경수 지사 인터뷰의 네이버 댓글 수는 11개로,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의 공감 수는 24개였으며, 김 지사가 지방선거 민주당 후보로 확정돼 진행한 인터뷰의 네이버 댓글은 6개에 불과했다"며 "댓글조작 요청을 통해 인터뷰 기사의 총 댓글 수와 공감 숫자가 특별하게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호영 "차라리 이해찬이 재판장 겸하라" 꼬집
김정화 "판결 불복 운동…상상 이상의 민주당"
이처럼 김 지사가 지방선거 반 년여 전에 자기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드루킹에게 전송해, '대선주자''차세대 정치인'은 물론 '동안''선비' 등의 낯뜨거운 여론조작이 진행됐는데도, 민주당이 '판결문 분석'을 한다면서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외면하고 전혀 다른 내용의 간담회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판사 출신의 주호영 자유한국당 사법장악저지·사법권독립수호 특위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김 지사 1심 판결문을 자체 분석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며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과 우리 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악행"이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어제(18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법원을 겁박하기까지 했다"며 "차라리 이해찬 대표가 재판장을 겸임하는 것이 어떠냐"고 꼬집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오전에는 판결문 분석, 저녁에는 대국민 보고 행사로 민주당이 김 지사 판결에 대대적인 불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모든 게 상상 이상인 민주당"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판결불복을 시도한다면 사법부가 왜 필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인민재판 말고 자아비판이나 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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