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놀라운 진화"…황금종려상 노리는 '기생충'
'봉준호 페르소나' 송강호 주연
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 합류
'봉준호 페르소나' 송강호 주연
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 합류
국내외에서 작품성, 상업성을 두루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들고 돌아왔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출연한다.
'기생충'은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평범한 두 가족을 내세운다. 봉 감독은 형편이 다른 두 가족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한다.
2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은 "2013년 겨울, 주변 지인에게 처음 이야기하면서 시작했다"며 "일상에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독특한 상황에서 마주치면 어떨까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상생 또는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지고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세상 속에서 기생충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며 "영화를 보고 기생충이라는 뜻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작이 최고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한다"고 전했다.
캐스팅에 대해 봉 감독은 "언제 또 이런 배우들을 한데 모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캐스팅은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배우들이 부드럽고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칸 영화제 진출에 대해 송강호는 "운이 좋게도 또 칸에 가게 됐다"며 "세계 영화인들 속에서 영화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웃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라는 평가에 송강호는 "영광이다"며 "(봉 감독과) 6년 만에 함께 했는데, 봉 감독이 매번 선보이는 상상력과 통찰력에 놀란다. '기생충'에서는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은 '봉준호의 놀라운 진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봉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가 감동적"이라며 "작업을 함께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면서 창의적인 배우가 된다. 봉 감독과 작업에선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 '기생충'은 봉 감독의 놀라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봉 감독은 "(송강호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 강호 선배와 함께하면 더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다. 강호 선배는 영화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캐릭터와 관련해 송강호는 "기택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힘든 상황 속에서 사건을 마주하는데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연체동물 같은 인물인데 특이하진 않다. 평범하면서도 우리 이웃에서 잘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글로벌 IT 기업 CEO, 박사장 역을, 조여정은 박 사장의 아내 연교 역을 각각 맡았다. 이선균은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았다"며 "감독님, 강호 선배와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떨렸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해선 "강박증과 양면성이 있는 사람"이라며 "'기생충'은 가이드 봉준호의 패키지영화"라고 했다.
조여정은 "봉 감독님의 작품이니깐 분량 상관없이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내 생각보다 분량이 커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웃었다.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은 그는 "연교는 스스로 똑 부러진다고 판단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는 사람"이라며 "평범한 엄마이자 단순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최우식은 전원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 박소담은 전원백수 가족의 막내 기정, 장혜진은 기택의 아내 충숙을 연기했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긴장된 모습을 보인 최우식은 "너무 떨린다"며 "'옥자'에서는 현장에서 마음껏 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내가 맡은 기우는 아버지나 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했는데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서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오래 쉬고 있을 때 연락을 받았는데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다"며 "송강호 선배의 딸 역할이라 마음이 벅찼다"고 말했다.
이어 "기정은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당돌한 인물이다. 상대방이 빠져들게끔 하는 묘한 매력이 있고, 직업은 없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친구다. 나의 말을 할 수 있었던 캐릭터라 촬영하면서 신이 났다"라고 설명했다.
연극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한 장혜진은 "충숙이 전국체전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출신이라 하루 여섯끼를 먹으며 15kg이나 찌웠다"며 "남편을 구박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여자이자,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굳은 역할"이라고 전했다.
'기생충'은 다음 달 열리는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경쟁부문에는 '기생충'을 포함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의 '아메드',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 앤 막심',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 등 총 19편이 선정돼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봉 감독의 칸영화제 진출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06년 '괴물'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도쿄!'와 '마더'가 각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경쟁 부문에 데뷔했고, 이번에 두 번째로 경쟁 부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봉 감독은 "영광스럽고 떨린다"며 "칸 영화제는 언제가도 설레고, 긴장되는 곳이다.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 '기생충'은 워낙 한국적인 영화라 외국 관객들이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후보에 올라 작품의 수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배우들의 수상 가능성은 크다"고 덧붙였다.
5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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